법적소송전 남아...패소 시 수천억 추가손실 불가피

대우조선해양이 송가 오프쇼어 반잠수식시추선 마지막 4호선을 31일 선주 측에 인도했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을 수조원대 적자 늪에 빠뜨린 노르웨이 해양플랜트 일명 송가 프로젝트가 마지막 시추선 인도로 끝났다. 대우조선은 완료대금 5000억원을 받아 유동성에 숨통을 트게 됐다.

 

대우조선은 송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며, 올해 남은 8기의 해양플랜트 적기 인도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게 됐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업계는 회의적이다. 대우조선은 송가 측과 손실보존금 수천억 원을 두고 소송전을 벌이게 된 상황이다. 패소 시에는 회사가 존폐기로에 설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11년 송가 저주의 시작 

 

대우조선은 송가 오프쇼어(Songa Offshore, 이하 송가) 반잠수식시추선(Semi-Rig) 마지막 4호선을 31일 선주 측에 인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넘긴 석유시추선은 20119월과 20125월 두 차례에 걸쳐 총 4척을 수주한 반잠수식시추선의 마지막 호선이다.

 

반잠수식시추선은 노르웨이 국영석유회사인 스탯오일(Statoil)사가 정한 카테고리-D(Category-D)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노르웨이 대륙붕에 특화된 성능을 최적화해 건조했다. 대우조선은 대금으로 약 5000억원을 받았다. 송가 1,2,3호선은 지난해 6, 8, 12월에 각각 넘겼다. 

 

그래픽=시사비즈

사업이 끝났으나 대우조선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송가 악몽20119월 시작됐다. 계약 당시 대우조선은 대우조선해양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총 25기를 수주, 20기를 인도한 반잠수식 시추선 분야의 선두주자"라며 이번 계약은 향후 노르웨이 인근 북해 해역에 필요한 반잠수식 시추선을 계속 수주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허망한 꿈이었다. 대우조선은 설계 능력도 갖추지 못한 채 수주에만 열을 올린 나머지,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았다. 20119월부터 20126월까지 설계변경만 110차례를 거쳐야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원가상승분은 모두 대우조선이 부담했다.

 

결국 첫 번째 인도한 해양구조물 1기를 5억6500만달러(6565억원)에 인도했다. 대우조선이 1기를 만드는데 투입한 비용은 약 1조원이다. 대우조선의 희망이라 자랑했던 송가 프로젝트가 4000억에 가까운 빚만 안겨준 꼴이 됐다. 2, 3, 4호기에서도 추가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대우조선은 지난해 7월 원가인상분에 대한 부담을 송가 측에 요청하는 중재안을 영국 법원에 제출한다.

 

2016년 송가의 저주는 현재진행형 

 

송가 오프쇼어 홈페이지에 게재된 11년도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 중 대우조선해양 계약관련 내용. / 사진=송가 오프쇼어 홈페이지

대우조선이 영국 법원 판단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지만 법조계 전망은 회의적이다. 우선 대우조선이 계약 당시 명시한 ‘a fixed price’라는 표현이 문제가 된다. 이 같은 문구는 송가 오프쇼어 홈페이지에 게시된 11년도 연간 보고서(Annual Report)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송가 측은 계약이 제조사가 모든 손실을 책임지는 턴키(Turn-key)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대우조선의 법적 대응에 불쾌감을 표하고 있다. 프로젝트 대금은 계약 당시 고정했는데 대우조선이 손실이 발생하자 말을 바꿨다는 주장이다. 대우조선도 법률 검토 등을 통해 송가 측 주장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은 내렸다. 다만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고 내부적으로도 이 같은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대우조선이 영국 법원에 구제를 요청하자, 송가 측도 법적 대응에 나섰다. 송가는 대우조선이 건조한 4척의 반잠수식 시추선 중 송가 이퀴녹스(Songa Equinox), 송가 인듀어런스(Songa Endurance)호에서 대우조선 측 책임으로 손상이 발생했다며 대우조선해양에 6580만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송가와 대우조선 모두 소송을 통해 추가적인 대금을 받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다만 대우조선이 일부라도 패소할 경우 수백에서 수천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법적 싸움이 장기화할 경우 대우조선이 LNG선 수주 등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저유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송가 오프쇼어 측이 고의적으로 법적 소송을 통해 추가 이득을 노리는 것 같다. 인도가 완료된 후 발생하는 문제들까지 책임지라는 것은 대우조선으로서 억울할 수도 있다올해 국내 조선3사 모두 턴어라운드를 노리고 있다. 송가와 같은 거대 오프쇼어사와 법적 소송에 휘말릴 경우 수주활동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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