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특별법 제정 불구 보험사 한숨

환자와 공모해 입원 기간 등을 조작한 병원장 등 보험사기가 조직화·지능화되고 있다. / 사진=뉴스1

# A씨는 보장성 보험에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B씨와 공모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뒤 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장과 공모해 수술한 것처럼 꾸몄다. 허위 후유장애 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과다 청구했다.

 

# 일가족 5명이 85000만원의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중복보장이 가능한 보장성 보험 154개에 가입했다. 전국 20곳 병원을 돌아다니며 반복 입원하는 수법을 썼다. 무릎연골 이상, 허리디스크 돌출증, 고혈압 등을 이유로 10년 동안 2141일이나 입원했다.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654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 보험사기로 보험사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특별법이 이달 국회를 통과했지만 보험사기가 근절될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보험사기 형량 증가, 사기 행위 인지보고, 수사 의뢰 등이 특별법 주요 내용이다.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애초 원안에 포함했던 보험사 조사권은 빠졌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보험사기 중 절반 이상은 생명보험과 장기손해보험에서 일어났다.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지난 20145997억원, 20135190억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기 적발금액이 증가 원인을 사무장 병원, 보험설계사 등 브로커가 개입한 대형사건이 자주 일어난 탓으로 분석했다.

 

 

보험사기 적발규모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 사진=금융감독원

허위보험 사기는 지난해 4963억원으로 전년보다 17.5% 늘었다. 이 중 보험사기 브로커가 주도하는 조직형 보험사기와 사무장 병원 등에 의한 허위입원·장해·진단 보험사기만 138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43.4%였다.

 

 

보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모집원, 병원, 정비업체 종사자 중 2269명이 보험사기로 적발됐다. 전년보다 36.1%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보험사기 증가 원인으로 범죄 지능화·조직화뿐만 아니라 보험사기 온정주의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보험연구원이 10일 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3명 중 1명은 보험사기를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32.3%는 본인이 걸린 질병을 속이고 보험에 가입하더라도 괜찮다고 답했다. 부상 정도를 과장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행위도 35.8%가 용인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보험금을 받기 위해 사고 내용을 조작하는 적극적 보험사기 행위에 대해서도 25.2%가 용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보험사기에 대한 경각심 자체가 높지 않다. 보험사기가 규모가 계속 증가하는 이유라며 보험사기특별법이 시행되더라도 보험사기 증가 추세가 달라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애초 보험사기특별법 제정 원안에 포함됐던 보험사기 조사권은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보험사가 조사권을 갖게 되면 그만큼 보험사기가 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 당시 조사권이 제외된 것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미루기 위해 조사권을 남용할 수 있어 소비자피해 발생 여지를 줄이려는 조치였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특별법에는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지 못하게 돼 있다보험금 지급이 늦으면 그만큼 별도 금액을 지급해야 한다. 손해를 감수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미룰 보험사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이 추정한 지난 2013년 연간 보험사기 규모는 47000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적발된 보험사기 금액 6549억원보다 월등히 많다.

 

보험사 손해율은 과잉진료와 보험금 허위청구 등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124.2%를 넘었다. 2014122.9%, 2013115.7%로 증가 추세다.

 

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평균 14.17%였다. 올해 들어 최대 27%까지 보험료가 인상됐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기를 막으려면 법조계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니라 국가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90년대부터 보험사기를 중죄(felony)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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