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부진 “문제는 콘텐츠”

쇼박스는 지난해 베테랑으로 1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 사진=뉴스1

영화투자 배급사 쇼박스와 NEW 약진이 돋보인다. 두 업체는 상영관을 갖고있지 않지만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반면 롯데시네마를 보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부진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결국 영화업계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극장 없는 쇼박스·NEW의 약진

 

CJ와 롯데는 상영관 체인을 보유해 자사 계열사 밀어주기 논란에 자주 휩싸였다. 내용을 뜯어보면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극장이 배급시장 경쟁에서 더 이상 비교우위 요소가 아니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극장을 갖지 않은 쇼박스와 NEW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콘텐츠 흥행성을 내세워 다수 스크린을 확보한다.

 

쇼박스는 지난해 '암살'과 '내부자들', 올해 '검사외전'의 연타석 흥행으로 CJ E&M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지난해 쇼박스가 동원한 관객수는 3688만명에 이른다. 실적도 역대 최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에 쇼박스가 영화 선택을 굉장히 잘했다고 평했다.

 

NEW는 지난해 영화투자 부진을 최근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만회했다. 주가상승은 폭발적이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NEW의 시가총액은 4426억원이다. 올해 첫 거래일이었던 지난 14(2918)보다 1500억원이나 불어났다.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는 144위에서 88위로 뛰어올랐다. 쇼박스(5100억원)와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온 셈이다.

 

NEW는 극장과 대기업 계열사 없이 시장에 안착한 첫 배급사다. NEW20089월 쇼박스 출신들이 나와 독자적으로 만든 회사다. 2013년이 특히 화려하다. 7번방의 선물이 1000만 관객을 동원하고 신세계, 숨바꼭질이 연이어 500만을 돌파했다. 그해 말에는 변호인까지 1000만 흥행 대박이 터졌다. 이 해에 NEW는 영화배급업계 관객동원 1위를 기록했다. 극장도 없고 대기업 계열사도 아닌 업체가 1위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최근에는 중소형 배급사도 힘을 내는 모양새다. 인기몰이를 하는 영화 귀향의 배급사는 와우픽쳐스다. 이준익 감독이 연출한 동주도 눈길을 끈다. 동주 역시 대형 배급사 영화가 아니다. 개봉일 스크린수는 374개였다. 하지만 입소문으로 관객이 늘면서 되레 스크린수가 날이 갈수록 늘었다.

 

스크린독점 논란의 이면

 

2015년 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영화관객은 정체 국면인데 전체 스크린은 늘었다. 극장 입장에서 여러 고육지책을 마련하며 자체 수익창출에 고민하는 이유다.

 

검사외전 스크린독점 논란은 영화업계의 아이러니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검사외전이 독점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CJ CGV 스크린의 다수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일부 CGV 상영관에서는 이미 예매까지 끝난 쿵푸팬더3를 내리고 검사외전을 상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검사외전은 쇼박스 배급 영화다. 쿵푸팬더3CJ E&M이 배급하고 있었다.

 

문제는 저조한 좌석 점유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CJ CGV에서 검사외전을 많이 올리니까 CJ E&M 측이 섭섭해 했다고 들었다면서도 좌석점유율이 낮아져서 고민하는 극장 입장에선 더 많은 좌석을 채우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러 편의 영화제작에 참여했던 한 연구자도 배급사 입장에서 극장 상대로 협상력 가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극장이 미리 배급사가 보낸 작품을 봤을 때 흥행성 찾지 못하면 같은 계열이라고 해도 올리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CJ E&M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까닭도 CJ CGV의 존재와는 별개라는 해석이 나온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CJ E&MCJ CGV라는 압도적 1위의 극장사업자를 보유한 CJ그룹 자회사이기 때문이라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확고한 2위 사업자를 보유한 롯데엔터테인먼트의 작년 배급사 순위가 7위로 밀려날 정도로 치열한 콘텐츠 경쟁의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출구 없는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부진

 

롯데엔터테인먼트의 부진은 출구가 없다. 롯데는 지난해 배급사별 영화관객 동원순위에서 7위에 머물렀다. 영화당 평균관객수는 61만명에 그쳤다. 1CJ E&M294만명이었다. 2011년 배급사별 점유율 25%2위를 기록했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점유율이 4%로 추락했.

 

올해 공개한 영화 라인업도 채 10편이 안 된다. 상반기 노림수였던 조선마술사와 로봇 소리는 쇼박스 검사외전에 흥행 참패했다. 하반기 기대작은 덕혜옹주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콘텐츠 전략을 새로 짜지 않으면 할리우드 스튜디오 배급작품에도 밀릴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이십세기폭스는 추격자와 황해를 연출한 나홍진 감독과 배우 황정민이 손잡은 곡성, 워너브라더스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을 연출한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하는 밀정을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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