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강화 등 사회적 책임 약속 지킬지 관심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8월 경영권 분쟁 발발 직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 사진=뉴스1

신동빈(61)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열리는 롯데제과 정기 주주총회를 시작으로 원톱체제 완성에 들어선다.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이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순차적으로 물러나며 외형상으로도 신동빈 1인 지배구조를 구축하게 됐다.

 

롯데는 롯데제과를 시작으로 신 총괄회장이 등기이사 임기가 만료하는 계열사에서 재선임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룹 관계자는 "고령으로 인해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됐다"고 밝혔다.

 

대신 임기가 남은 계열사에선 해임 등의 강제적 방법 대신 임기 만료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신 총괄회장은 현재 롯데제과를 비롯해 호텔롯데, 롯데쇼핑 등 7개 한국 계열사와 다수 일본 계열사 등기이사로 이름이 올라있는 상태다.

 

외형상으로 그룹 투톱 역할을 하던 신 총괄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순차적으로 물러남에 따라 신동빈 단독 체제는 더욱 공고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2011년 롯데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한국 롯데를 전담해 경영했다. 이후 201412월과 지난해 1월 사이 형인 신동주(62)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계열사에서 일제히 해임되며 그룹 후계자 자리를 굳건히 했다.

 

같은 해 7'형제의 난' 와중에 신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을 앞세워 경영복귀를 꾀하자 신 총괄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해임하는 강수를 꺼내기도 했다.

 

롯데홀딩스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지주회사격인 계열사다. 즉 롯데홀딩스 경영권 확보는 그룹 전체 경영권 확보로 이어지는 구조다. 신 전 부회장이 그룹에서 쫓겨난 후 지속적으로 롯데홀딩스 주총 승리를 노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현재 경영권 분쟁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신 전 부회장은 신 총괄회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롯데홀딩스 종업원지주회 소속 직원들에 1인당 25000만엔(한화 약 26억원) 상당의 당근책을 제시했음에도 주총에서 잇따라 패했다. 오히려 신 회장에 대한 내부의 굳건한 지지만 확인했다.

 

더욱이 신 전 부회장이 전면에 내세우던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되며 현재 한국과 일본 법정에서 이와 관련한 판단을 앞두고 있다.

 

한국에선 신 총괄회장 동생 신정숙씨가 제기한 성년후견인 지정 신청 사건과 관련해 서울가정법원이 4월중 병원 입원을 통한 정심감정을 명령한 상태다. 5월내에 지정 병원인 서울대병원이 재판부에 검사 결과를 제출하면 늦어도 6월내에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일본 도쿄지방재판소도 신 총괄회장 해임 무효 소송에서 롯데홀딩스 측이 제기한 정신건강 이의 제기에 대한 최종 판단을 다음달 초 예정된 공판에서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에 이상이 있다는 결론이 날 경우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을 앞세웠던 신 전 부회장으로서는 '판단력이 온전치 않은 아버지를 이용했다'는 역풍에 직면하며 경영권분쟁의 명분을 상실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하고 있다. / 사진=뉴스1

반대로 신 총괄회장 정신건강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결론에 나오더라도 신 회장 입장에선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그룹 한 계열사 임원은 "신 회장에 대한 임직원 지지는 창업주 뜻 때문이 아닌 경영능력에 대한 우호적 평가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롯데를 재계 5위이자 일본 롯데 매출의 20배 규모로 키운 것에 평가라는 것이다.

 

신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완료하며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그룹이 요구받은 사회적 책임에 어떻게 응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영권 분쟁을 거치며 롯데로서는 복잡한 지배구조, 일본 계열사의 한국 지배 상황 등이 드러나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더해 과거부터 이어져온 골목상권 침해 등 소상공인들과의 갈등도 풀어야 할 과제다. 이 같은 이유로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발발 직후인 지난해 9월 재벌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국회 정무위원회에 불려가 여야 의원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배구조 개선 등을 약속한 상태다. 롯데그룹은 이후 호텔롯데 등 출자 순환 고리 해소, 주요 계열사 상장 추진 등 경영투명성 확보 강화 방안과 기업문화개선위원회 등 사내 문화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까진 긍정적인 평가가 주를 이룬다. 한 야당의원실 보좌관은 "은둔의 총수라 불리던 신 회장이 성격대로 화통하게 약속을 지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롯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시민단체 간사는 "소비재를 주업으로 하는 롯데로서는 여론 눈치를 안 볼 수 없다. 더 많은 변화를 위해서라도 롯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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