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한화케미칼·LG화학…"범용 제품으로는 중국의 추격 못 뿌리쳐" 위기감

 

LG화학 오창 전기차 배터리 공장 연구원들이 제품을 검사하고 있다. / 사진=LG화학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연구·개발(R&D)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화 연구소를 신설 하기도 하고 학계와 연계해 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또 연구소 인력 충원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자급률 상승과 범용 제품 과잉 생산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경영 상황을 타개하려는 움직임이다.


SK케미칼은 지난 14일 성형 가공에 특화된 성형가공 랩 (Lab)을 준공했다. SK케미칼은 이 연구센터에서 플라스틱 조합 연구, 압출·사출 공정 연구, 물성 평가·분석 등을 통해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 분야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SK케미칼은 이 랩에서 일본 화학업체 이니츠와 합작해 추진 중인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PPS) 연구도 수행한다. 이를 통해 PPS 후가공 공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최소화해 상품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김종량 SK케미칼 화학연구소장은 "성형가공랩을 중심으로 다양한 R&D 활동을 통해 신규 사업 안착과 스페셜티 플라스틱 고도화를 견인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화케미칼은 학계와 협력해 연구·개발 능력을 키우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초 카이스트(KAIST)와 함께 미래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한화케미칼은 이 연구소에서 PE(폴리에틸렌), 가소제 등 다양한 범용 제품 기능성을 향상시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기술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한화케미칼은 이미 연구·개발 효과를 경험했다. 한화케미칼은 기술 제휴 없이 CPVC(염소화 PVC)를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CPVC는 PVC(폴리염화비닐) 기능을 향상시킨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그동안 기술적인 진입 장벽이 높아 전량 수입에 의존해 왔던 것을 한화케미칼이 처음 국산화했다.


한화케미칼은 올해에도 연구·개발에 방점을 찍고 회사를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초 7년만에 진행한 비전 선포식도 대전 중앙연구소에서 실시했다. 회사 모든 역량을 연구·개발에 집중 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한화케미칼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고부가 제품 확대와 사업 구조 고도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연구소 인력을 확충하고 투자를 확대한다. LG화학은 연구·개발 인력도 지난해 3100명 수준에서 2018년까지 1000여명을 더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6000억원 규모였던 연구·개발 투자 금액을 오는 2018년까지 9000억원으로 5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은 연구·개발 역량을 키워 신사업으로 추진 중인 에너지·바이오·수처리 사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을 시작했다. 여기에 연구·개발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실제 LG화학은 해수담수화용 역삼투압(RO)필터 제조업체 나노에이치투오(NanoH2O) 인수 1년 반 만에 산업용수용과 가정용 필터 제조기술을 자체 개발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이 연구·개발을 강조 하는 것은 중국이 자급률을 높이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비롯됐다. SK케미칼·한화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범용제품 위주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범용제품은 기술 진입 장벽이 낮고 산업이 성숙 상태에 이르러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기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예컨데 범용 제품인 PVC는 최대 시장인 중국 자급률 상승과 글로벌 경기 침체, 저가 원료 제품 등장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범용 제품 등 부가가치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제는 연구·개발 능력이 미래 생존 전략 자체가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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