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당경쟁에도 외면받는 ISA만능통장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 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한 은행 영업점 앞에 ISA를 알리는 광고판이 놓여져 있다. / 사진=뉴스1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출시된지 일주일이 지났다. 은행과 증권사는 70만명 고객을 유치했다. 총 가입금액은 3561억원이다. 

 

ISA 일별 가입자 수는 하락세였다. 첫날 32만2990명에서 15일 11만1428명, 16일 8만1005명, 17일 7만858명, 18일 7만1759명, 21일 4만8632명으로 고객이 계속 줄었다. 가입금액도 첫날 1095억원에서 다음날 535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21일에는 356억원을 기록하며 400억원 선이 무너졌다. 

 

가입자 수와 금액이 줄뿐만 아니라 평균 가입금액도 크게 늘지 않는다. ISA 출시 첫날 평균 가입금액은 34만원이었다. 일주일 후 21일 50만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이에 만능통장으로 알려진 ISA가 ‘깡통계좌’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소액이 투자되면서 수익률도 장담할 수 없어 ‘국민자산형성’이라는 ISA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ISA 불완전판매와 직원 실적 압박이 원인으로 꼽힌다.  

 

ISA 출시 이후 시중은행 창구에서는 ‘1만원 계좌 만들기’ 등 실적 중심의 고객 모집이 이뤄졌다. 투자 성향을 묻지 않는 묻지마 투자 방식, 신탁형임에도 투자자의 선택권을 배제한 ​임의적 상품 선택 등 제도에 어긋나는 판매 정황도 나타났다. 

 

실적 중심의 가입자 모집이 이뤄지면서 ISA 출시 일주일 후 은행은 65만9679명 고객을 유치했다. 전체 가입자의 93%다. 증권사는 4만798명(7%), 보험은 195명에 머물렀다. 

 

총 가입금액에서도 은행이 월등히 앞섰다. 은행은 2187억원을 유치했다. 증권사는 1372억원이다. 보험사는 2억4000만원에 그쳤다.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반대였다. 증권사 1인당 가입금액은 293만원이었다. 은행(33만원)보다 9배가 넘었다. 

 

ISA 가입자 수 현황. 첫날 32만2990명에서 21일 4만8632명으로 고객이 계속 줄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 영업력은 따라갈 수 없을 정도다"며 "불완전 판매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단순히 계좌 숫자로 평가하는 건 ISA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ISA 출시 석 달째인 6월14일에 수익률이 밝혀지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증권사내 분위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이 물량으로 앞서가는 것 같지만 수익률이 관건이라며 ​증권사의 투자상품 펀드 운용 능력이 은행보다 앞선데다 1인당 투자금액도 높다. 수익률이 은행보다 앞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깡통통장 우려에 시중은행은 ‘도입 초기’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액 투자자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출시 초기”라며 “일반 적금과 달리 ISA는 5년 동안 자금을 계속 넣는 구조다. 내달 이후 일임형 수요가 발생하면 자연스럽게 투자액도 늘 것”이라고 전했다. 

 

또 시중은행은 고객 유치와 수익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에 나선 모습이다. 투자자산운용사, 공인재무분석사 등 투자 관련 자격증이 있는 경력직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투자일임업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 자산을 운용하면 그만큼 수익률이 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임형ISA는 고객이 직접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신탁형과 달리 금융회사에 투자 상품 선택과 운용을 일임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운용 능력에 따라 수익이 달라질 수 있다. 시중은행은 4월 말쯤 일임형ISA를 내놓을 예정이다

 

불완전판매 불안이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7일 시중은행 준법감시인들을 불러 소비자 피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관련 법규 준수를 당부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불완전판매에 대한 불안감이 있지만 지금으로써는 현장점검보다 금융사들이 스스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잘 갖춰서 불완전판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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