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주 편법 묵인하는 허술한 인허가·감리제도 개선을

지난해 결혼한 지인은 신혼집으로 경기도 광주 오포읍의 한 빌라를 택했다. 가격은 저렴한데 빌라촌이 형성돼있어 고립감은 없고, 광역버스가 있어 서울 출퇴근이 용이하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지금은 빚내서라도 서울에 얻는 게 옳았다며 그때의 결정을 후회한다. 마을 대다수 도로 폭은 6미터에 불과해 광역버스 진입이 불가능하고 읍내까지 걸어나가야 버스를 탈 수 있다. 도로 폭이 좁다보니 오포읍을 벗어나는 데만도 30분씩 밀리는 건 기본이다. 수백 세대로 구성된 빌라에는 그 흔한 상가슈퍼도, 놀이터도, 경로당도 없다. 심지어 입학을 앞둔 어린이는 늘어가는데 교실이 없어 운동장 한 켠에 학급을 신축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지인은 기반시설이 0점짜리 동네라며 그저 빌라 무더기에 불과한 곳이라고 한탄한다.

 

오포읍은 땅은 작아도 인구로는 큰 동네다. 오포읍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인구수가 88023명에 달한다. 5년 전인 20112월에 58789명이었던 것에 비하면 5년 새 49.7%나 늘어난 부동산 핫이슈 지역이다. 시 구성요건인 인구수 5만 명은 5년 전에 진작 넘었다. 오포읍 총 거주자수는 현재 강원도 속초시, 경북 문경시보다도 많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사는 동네에 제대로 된 기반시설 하나 없는 까닭은 담당 공무원들의 감리 및 인허가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현행 건축법상 30세대 미만으로 이루어진 공동주택(빌라, 아파트)은 사업계획승인이 없어도 된다. 다시 말해 진입로 도로폭 확장이나 놀이터 등 기반시설, 전기 배관 등 설비에 관한 검토가 사실상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때문에 건축주들은 30세대의 10배가 넘는 300세대 단지임에도 타인의 명의를 빌려 30세대 미만의 10개 단지로 쪼개 인허가를 받는 편법을 쓴다. 건축주들이 쪼개기 인허가로 기반시설을 갖추지 않고 돈이 되는 집만 건축하고 있는데도 공무원은 이를 묵인하는 일이 횡행한다. 이는 단지 이곳 만의 문제는 아니다.

 

올해 말이면 서울 잠실에는 100층이 넘는 마천루 제2롯데월드가 완공된다. 삼성물산은 서울 강남에 짓는 한 신축 아파트에서 호텔신라와 연계해 조식 및 브런치를 서비스할 방침이다. 이처럼 우리 건설사들은 기술력을 높은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또한 프리미엄 경쟁에 뛰어들어 주거품질 개선과 더불어 삶의 질 향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건설사들의 기술 및 인식수준에 비하면 전국의 지자체 건축과, 주택과의 허술한 인허가 행태는 거꾸로 가는 시계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1차적 잘못은 법을 악용하는 건축주들이지만, 악용소지가 높음에도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거나 편법을 묵인하는 담당공무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것이다.

 

집은 살아가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다만 집짓기에 앞서 인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건축은 인허가에 따라 성장할 수도, 정체할수도, 퇴보할 수도 있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따라서 건축 인허가와 감리는 도시계획에 따라 그 무엇보다도 꼼꼼하고 정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품격있는 주거공간 현실화는 건설사가 아닌 인허가 담당 공무원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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