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통화정책 패권주의 확산…환율전쟁 가속
  • 하장청 기자(jcha@sisabiz.com)
  • 승인 2016.03.15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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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제공격에 일본·유럽도 금리인하로 맞서…원화가치도 급등락 가능성
시중은행 한 직원이 중국 위안화를 세고 있다. / 사진=뉴스1

각국의 통화정책이 자국 패권주의로 치닫고 있다. 환율전쟁만 가속화되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 미국과 일본 등 통화정책회의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 성장이 꺾인다면 환율전쟁은 겉잡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경쟁적으로 통화가치 절하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환율전쟁은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 자국 통화 평가절하(가치하락)를 유도하는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린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한 것이 환율전쟁의 도화선이 됐다. 지난해 11월 위안화는 기축통화로 편입된 이후 달러화 대비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부터 중국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으며 경기 하강 후폭풍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강타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국우선주의에 입각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내부적으로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6.5~7%를 제시하는 등 25년래 최저 성장률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정책 공조 기대도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 중국 외환 보유고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자국 입장을 고려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7일 중국 외환보유고는 32023억달러로 42개월래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3조달러 붕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액 감소가 글로벌 불안의 촉매제가 될 것이란 우려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에서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통화정책에 이어 재정정책을 적극 실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가장 큰 관심사였던 중국 환율에 대한 논의 비중은 크지 않았다. 중국의 인위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겨냥해 수출 경쟁력을 위한 환율 조정 금지 내용이 포함된 것에 그쳤다.

 

일본도 환율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본중앙은행(BOJ)은 사상 최초로 마이너스 금리를 전격 도입했다. 지난 1 BOJ는 기준금리를 종전 0~0.1%에서 -0.1%로 낮추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이에 뒤질세라 금리인하에 나섰다. 지난주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0.5%에서 제로로 인하했다. 예치금리도 0.1%포인트 내린 -0.4%로 결정했다. 채권매입프로그램의 월매입액 한도를 800억유로로 늘리고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을 재도입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행보는 미국이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0~0.25%였던 기준금리를 0.25~0.50%로 높이기로 결정하며 7년간 이어졌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한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15~16(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를 결정한다. 이번 회의에서는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오는 6월엔 다시 금리인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유럽,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통화정책 디커플링(비동조화)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날 열린 BOJ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는 환율전쟁의 가속화를 고려한 듯 한발 물러섰다. 추가 완화 카드는 없었다. -0.1%인 현행 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연간 80조엔 규모의 자산매입도 지속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BOJ는 마이너스 금리를 포함한 완화정책을 이어가기로 했다.

 

BOJ는 물가상승률 2% 목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시점까지 마이너스 금리정책과 양적∙질적 금융완화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BOJ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지 한 달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지난 1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엔달러 환율은 121엔에서 1개월래 112엔까지 떨어져 엔화의 가치가 상승했다. 엔화 평가절하를 기대했던 BOJ는 역풍을 맞은 셈이다.

 

당초 목적은 금융시장 타격에도 불구 시중은행들의 대출을 늘려 경기 부양을 위함이었다. 하지만 의도했던 은행 대출 확대는 되레 줄었다. 지난달 일본은행들의 대출증가율은 전년동월대비 2.2%로 전월 증가율 2.4%에도 미치지 못했다. 예금 금리 하락으로 소비 활성화를 꾀했지만 보유 현금 비중만 늘었다.

 

이런 가운데 베넷-해치-카퍼(BHC) 수정법안이 미국 의회를 통과해 발효를 앞두고 있다. 이는 환율조작국을 제재하는 환율 부문의 슈퍼301조로 인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BHC 법안이 발효될 경우 각국에서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환율전쟁은 가파르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무역 보복으로 격돌 양상이 펼쳐질 경우 한국경제는 그 사이에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근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국의 유동성 과잉 공급에도 불구 세계 경제 성장세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각국은 자국 성장을 위한 환율전쟁에 나서는 것 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 연구위원은 미국 대 중국의 경쟁구도 속에서 동아시아 국가 사이 긴장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한국경제는 체력과 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급등락하는 등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장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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