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변방국 전락…정부 후속 대처도 미흡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네번째 대국이 진행되고 있다. / 사진=뉴스1

인공지능(AI)과 인간 고수의 바둑 대결에서 인간이 패해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이 대결은 인공지능 기술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세계 각국은 지금 미래 인공지능 산업 투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보기술(IT) 강국을 내세웠던 한국은 이 분야에선 아직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지난 13일 제 4국에서 이세돌이 3패 뒤 첫 승을 거뒀지만 전문가들은 머지 않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이 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처럼 지성을 갖춘 존재 또는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 지능을 의미한다. 사람의 인식, 판단, 추론, 결론이란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학습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실현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 및 관련된 기술이다.

 

영화 속에서도 인공지능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SF영화 아이언맨에서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공지능은 인간 영역을 빠르게 점유하기 때문이다.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을 사물인터넷(IoT), 스마트 자동차, 의료, 빅데이터, 금융 부문으로 급격히 발전시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200억달러에서 내년 1600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 기업은 앞다퉈 인공지능 투자에 나서고 있다. 미래 환경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은 2013년 인공지능 투자에 10년간 3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연구에 연간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민간기업 투자는 이보다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 IBM은 슈퍼컴퓨터 왓슨에 10억달러를 투자했다. 구글은 2001년 이후 지난해까지 인공지능 관련 기업 인수에만 28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이 가운데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 인수에만 4억달러를 투자했다.

 

일본과 중국도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는 10억달러를 들여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했다. 중국 바이두는 3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딥러닝 연구소를 열었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 변방국가 한국은 초라하다. 관련 투자액은 극히 미미하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한국의 인공지능 분야 투자는 180억원에 불과했다. 구글 투자 규모의 0.005% 수준이다.

 

그나마 삼성, 현대차,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연구개발(R&D)에 참여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공지능 연구가 정부 지원에 의존하다 보니 민간기업은 선뜻 투자 확대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인공지능 연구팀을 신설하고, 네이버는 1000억원을 투자해 머신러닝 관련 연구∙활용에 주력하고 있다. 카카오는 개인별 맞춤형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루빅스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의 지난해 정보통신기술(ICT) 조사에 따르면 국내 민간기업들이 자율주행 자동차나 빅데이터,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전문가) 등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하고 있지만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는 26개월이나 된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이번 세기의 바둑 대결로 엄청난 이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20억원의 비용으로 1000억원이 넘는 마케팅∙홍보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가 나왔다.

 

인공지능의 잼재력이 큰 만큼 한국 정부의 체계적 정책지원과 투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정부는 최근 인공지능 산업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세기의 바둑 대결을 계기로 인공지능 산업을 주력 연구개발 분야로 선정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지난 8일 경기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 컨퍼런스에서 민간과 협의해 인공지능산업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래부의 인공지능산업 육성전략은 실효성 논란을 빚고 있다. 미래부의 올해 인공지능 육성 예산 규모가 3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비판이 거세게 일자 정부는 한발 늦게 후속 대책을 내놨다.

 

미래부는 인공지능산업 전담팀을 신설하는 한편 인공지능, 가상현실, 클라우드 등 ICT융합 분야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인공지능 기반 항법(Pilot) 제품 개발 및 테스트를 지원하기 위해 기존 로봇, 자율주행차, 드론 분야에 지원해온 연간 130억원 규모 기술개발 자금 규모를 200억원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 응용∙산업화 추진단을 산업기술평가관리원에 설치하고 산업기술진흥 및 사업화촉진기금 등을 통해 연간 100억원 규모를 추가 지원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업계는 만족할 수준이 아니라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한국 정부 투자 규모는 미흡하다. 탁상공론만 펼치고 있는 행정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R&D에 총력을 기울여도 뒤쳐질 판인데 선진국을 따라잡을지 의문이라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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