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방식이 관건...같은 조건이라면 인간 승리

스타크래프트2 게임화면 / 사진=블리자드

 

난공불락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바둑에서 인공지능 알파고가 최고수 이세돌 9단에게 3연승을 거뒀다. 구글은 다음 도전분야로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다. 인공지능이 스타크래프트에서도 사람에게 GG(Good Game, 패배를 인정한 게이머가 먼저 보내는 채팅용어)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스타크래프트는 번갈아가면서 한수를 두는 바둑과는 다른 형태의 게임이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은 시시각각 게임 환경이 변한다. 또 흑과 백 2가지가 존재하는 바둑과 달리 저그, 테란, 프로토스 등 세가지 종족이 존재한다. 이들 종족은 다양한 테크트리(유닛 생산과 건물 건설 순서)와 유닛이 존재할 뿐 아니라 입구와 언덕, 섬 등 지형별 유불리도 가지고 있다. 

 

게임 전문가들은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바둑과 달리 모든 상황이 즉각적으로 이뤄지는 실시간 게임이기에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이세돌 9단과 알파고 대결에서 보듯이 섣부른 승리 예상은 더 큰 실망과 충격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구글이 다음 상대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하자, 왕년의 전설급 스타크래프트 게이머들이 의견을 밝히기 시작했다. 전 프로게이머인 임요환은 “인공지능이 스타로는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는 “스타는 바둑보다 정찰 등 상황별 전략이 중요해 인공지능이 수많은 데이터를 입력해 공부하고 어느 정도의 직관 능력을 갖췄다 해도 프로게이머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 프로게이머 출신인 홍진호 역시 “나중에 스타크래프트가 알파고로 나온다면 꼭 나가서 인간계의 압승을 보여주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스타크래프트 대결이 성사되기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전문가들은 대결방식을 어떤식으로 설정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바둑은 상대가 수를 둔 후 거기에 대응할 다양한 경우의 수를 생각할 시간이 주어진다. 알파고가 화면에 다음 수를 보여주면 인간이 그것을 보고 바둑판에 돌을 놓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는 실시간으로 조작이 오가는 게임이다. 반응이 1초만 늦어도 게임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바둑과 같은 방식의 대전은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대전 방식으로 거론되는 것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우선 현재 스타크래프트 인공지능 대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이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닌 게임안에서 직접 유닛을 조종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반응속도 논란이 따른다.

 

현재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가 낼 수 있는 반응속도는 0.1초 정도다. 만약 게임속에서 인공지능이 플레이하게 된다면 이론상 인간이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반응속도가 가능하다. 가령 사람이 5개의 건물을 운용할 동안 인공지능은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몇백개의 건물 운용이 가능하다. 유닛 조종역시 마찬가지다. 

 

마우스와 키보드로 유닛을 조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게임속 인공지능은 그런 한계를 뛰어넘는 조작을 보여줄 수 있다. 즉 애초부터 성립이 되지않는 대전이 되는 것이다. 

 

다른 대전 방식은 인간의 팔을 흉내낸 로봇을 개발해 로봇이 직접 마우스와 키보드로 스타크래프트를 물리적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여러가지 논란이 따른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반응속도를 보여주는게 가능할지. 이조차도 완벽에 가까운 반응속도를 보여준다면 인간과의 대결이 성사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핵심은 공정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며 “정말 인간과 똑같은 조건이 가능하다면 인간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인공지능이 승리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는 “인간과 기계 간 스타대결이 펼쳐지려면 우선 인간의 섬세한 동작을 구현하는 로봇이 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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