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기업으로서 책임감있게 행동해야

지난달 3일 정부가 지난해 12월 말로 종료된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를 오는 6월까지 연장하기로 발표했다. 지난 1월부터 22일까지 차량을 출고한 경우 개소세 세액 차이가 발생해 완성차 업체는 해당 고객에 환급해야 한다.

 

개소세 인하 배경은 분명하다. 불경기에 소비자들 주머니가 가벼워진 탓에 차량 판매가 줄었다. 상황이 이러니 정부가 세금 덜 걷을 테니 기업이 그만큼의 차량 가격을 낮추란 얘기다. 한 푼이 아쉬운 소비자들에게 수십, 수백만원의 가격 인하는 희소식이다. 차량 판매가 그만큼 늘어날 수 있다.

 

가장 먼저 환급을 결정한 건 국내 완성차사다. 현대·기아차가 3~4만여대에 대해 개소세 환급에 따른 차액으로 총 200여억원을 차주에게 지급했다. 모델별로 20~210여만원을 돌려줬다.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도 고객별로 20~100여만원씩 총 50여억원을 지급했다.

 

토종 브랜드들이 솔선수범하자, “1월 개소세 인하분을 이미 반영해 돈을 돌려줄 수 없다며 환급을 거부하던 수입차사도 입장을 바꿨다. 4일 벤츠에 이어 10일에는 폴크스바겐이 개소세 환급을 결정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유독 환급은 없다며 고집을 부리는 회사는 BMW. BMW 코리아는 환급을 거부한 것이 아니라 1월 판매한 차는 환급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한다. 환급을 결정한 벤츠, 폴크스바겐이 했던 주장과 같다.

 

1BMW 차량을 구매한 고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정작 자신의 차에 개소세 환급분이 얼마나 반영됐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다른 브랜드들이 소비자들에게 환급금을 돌려줄 동안, BMW 코리아는 1월에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같은 주장을 하던 벤츠가 입장을 바꾸자 당황한 눈치다.

 

국제적 기업으로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해 책임을 진다.”

 

BMW가 홈페이지에 적어놓은 일류 브랜드의 조건이다. 기업시민으로 사회, 정치, 환경 등 모든 분야에 있어 책임을 지겠다는 말이다. 말은 번지르르하다. 하지만 말로만 부르짖는 책임감만큼 무책임한 행동은 없다.

 

BMW 코리아는 고객에게 응답해야 한다. 억울하다면 공개하면 될 일이다. 1BMW가 판매한 어느 차종에, 얼마만큼의 할인액이, 정확히 개소세 환급분에 준해서 지급됐는지 알리면 된다

 

돈을 버는 건 차를 많이 파는 회사지만, 많이 파는 회사라고 일류는 아니다. 기업에 대한 존경은 언행일치에서 나온다. 지킬 수 없는 표어라면 지우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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