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의 혼란·생존의 위협 가져올 수 있어

신(神)의 피조물이 인간의 창조물에게 졌다. 아니 입신(入神)의 경지에 도달한 이가 인공지능에게 참패했다. 바둑 애호가인 필자에게 이세돌 9단이 구글 딥마인드 인공지능 알파고에 불계패한 것은 충격적이다.


이세돌 9단은 바둑 아마추어에겐 신(神)이다. 이미 검증된 정석을 따르기보다 신출귀몰한 수로 상대 허를 찔러 승부를 결정한다. 그런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몰리며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마추어 4단 기력의 필자도 알파고 수에 놀랐다. 인간처럼 승부수를 던지는가 하면 기계처럼 계가하며 판세를 읽었다.   


인공지능은 각종 게임에서 인간을 이기며 자기의 성장을 과시했다. IBM 슈퍼컴퓨터 딥블루는 1997년 체스 챔피언 개리 카스파로프를 이겼다. IBM 왓슨은 2011년 TV 퀴즈쇼 저파디에서 우승자들을 제압했다. 오로지 바둑만이 컴퓨터가 넘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바둑의 수는 우주 원자 수보다 많다. 바둑 경우의 수는 10의 170제곱승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석만 하더라도 1만여가 넘는다. 인간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난해한 게임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최강자에 올라선 것이다.  알파고 개발자 데미스 하사비스(40)가 “승리! 우리는 달에 착륙했다”고 일갈할만하다.


인공지능은 엄청난 속도로 똑똑해지고 있다. 알파고는 인간 신경망과 비슷한 패턴인식 방식으로 바둑을 자가학습해 바둑 챔피언을 이겼다. 지금도 미국 구글, 페이스북, IBM부터 중국 바이두까지 천문학적인 연구개발(R&D)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 세계 인공지능 전문가 절반 이상은 2040년쯤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춘 인공지능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인공지능은 난치병 치료 분야부터 기후변화 대처 영역까지 인간의 지적 노동을 대신할 것을 예상된다.


인간은 자기보다 탁월한 지능을 갖춘 피조물을 어떻게 대할 지를 고민할 시기를 조만간 맞게 된다. 늘 그렇듯 인간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기술 발전의 결과물이 인간 윤리와 법 제도를 뒤흔들어 정신 세계의 혼란을 일으키고 인간은 뒤늦게 법과 제도를 정비하곤 했다.  


인공지능은 지금까지와 혼란과 다르다. 인간 실존의 혼란과 생존의 위협을 가져올 수 있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과 테슬라 창업자 앨런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인류 종말로 이어질 것이라고 참언한다.


시사비즈와 시사저널이 공동주최한 제1회 인공지능컨퍼런스에 참석한 크리스토프 코흐 스탠포드대 교수도 “인공지능은 인류 마지막 창조물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제 국내외 인공지능 업체와 연구자들은 기술적 성과에 환호하기에 앞서 인공지능 관련한 윤리적 기초를 마련하는 방안을 고심해야할 때가 왔다. 인공지능에 대한 철학과 인문학적 고민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