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업무관계 유지하면서 해외 영업망 강화 가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체제 이후 실묭을 강조하는 삼성그룹이 광고계열사 제일기획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그 배경과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그룹이 광고계열사 제일기획 매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삼성이 오랜 기간 광고를 도맡아 온 제일기획을 정리하기 부담스러울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선 삼성이 제일기획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일기획 임직원 사이에선 이미 지난 구정 때부터 연휴가 지나면 조만간 프랑스 회사가 돼 있을 것이란 농담이 오갔다.

 

업무적인 부분에서 이미 삼성그룹과 제일기획은 상부상조 관계로 보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현재 제일기획 전체 실적 중 삼성계열사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5%이며 이 비중도 점차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계열사 일감 비중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경쟁사인 현대자동차 계열 광고기획사 이노션의 계열사 물량은 75%를 넘어서고 계속해서 계열사 수주 물량이 늘어나는 추세다.

 

삼성과 제일기획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더라도 무조건 한 식구로 보기 힘든 부분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제일기획 입장에서 가장 많은 수정 요구를 하고 까다로운 고객은 삼성이라며 같은 계열사라고 해서 봐주거나 대충 넘어가는 분위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제일기획은 오랜 기간 삼성의 광고를 찍어오며 쌓인 노하우로 그나마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이 제일기획과 결별하는데 부담이 덜한 또 하나의 이유는 해외 영업과 관련한 부분이다삼성은 광고 및 홍보와 관련해선 이미 포화상태인 국내보다 해외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일기획은 국내에선 1위의 광고기획사지만 해외 판매망은 부족한 편이다.

 

반면 현재 매각 상대자로 거론되는 프랑스 회사 퍼블리시스는 유럽에서 탄탄한 영업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해외 광고일부를 퍼블리시스 자회사가 맡고 있다.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지분을 인수한다면, 삼성 입장에선 제일기획에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광고를 맡기며 퍼블리시스의 해외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강조하는 실용의 가치와도 부합한다.

 

일각에선 제일기획이 삼성의 스포츠단을 소유하고 있어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하지만 이 역시 큰 변수는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자업계에서 올림픽 특수의 개념이 과거와 달리 많이 약해진데다 매각 이후 삼성그룹이 주요 스포츠단만 다시 사들이는 방안도 가능하다.

 

한편 제일기획 외에도 삼성물산 건설 부문 등 삼성의 주요 계열사의 매각 논의는 앞으로도 재계 주요 이슈로 계속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구체적인 곳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올해 안에 몇몇 계열사 정리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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