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위험 낮은데 득보다 실 크다’ vs ‘개인상환능력 감안 제도 손봐야’ 엇갈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은행 대출상품별 연체율 / 자료=금융감독원

 

금융권의 집단대출 규제가 전례없이 강화되면서 건설사와 입주예정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건설사가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부당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의 조건부로 집단대출을 승인받은 규모는 33970가구로 집계됐다. 피해 금액을 추산하면 522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10월 피해규모인 13000가구(21000억원) 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통상적으로 건설사는 은행과 함께 분양에 앞서 계약율, 금리에 대해 협의하고 협정계약을 맺는다. 일종의 가계약이다. 이후 분양을 마감하고 협정계약의 조건이 충족되면 집단 대출을 일으킨다.

 

분양시장이 호황기일 땐 갑은 건설사, 을은 은행이 되어 협정계약을 체결하는게 관례다. 특히 아파트 규모가 1000세대를 넘는 큰 사업장일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은행 입장에서는 다수의 주택 계약자를 자사 고객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 입장은 뒤바뀐다. 은행이 대출 조건을 강화하거나 가계약 형태로 맺은 협정계약을 아예 취소한다. 최근 집단대출 조건강화나 취소가 속출하는 것도 국내 가계부채가 1200조 원을 넘어서면서 은행권의 위기의식이 커진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건설사다. 은행과의 협정계약 내용을 토대로 분양공고를 내는 등 사업을 추진해 오다가 분양에 차질을 빚게 된다. 아울러 분양 계약자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내집마련에 나선 수요자로서는 예상했던 금리보다 높을 경우 불안감이 커질 뿐만아니라 주택사업자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건설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집단대출 규제 강화 지시가 있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와 중도금 집단대출은 각 지점단위로 이뤄지는데, 지점에서 얘기 다 해놓고 본사 리스크관리팀이나 심사부서의 심사과정까지 올라가서 통과를 받지 못하는 일이 늘어난 게 그 이유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중견 이하 건설사들은 집단대출에서 더욱 배척받고 있어 유동성에 고민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은행권의 집단대출 심사 강화를 두고 업계에서도 시선이 엇갈린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박사는 가계부채 총계 보다는 주택산업 측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계부채 총계를 늘리면 위험하다는 생각에 규제를 하는 것이겠지만, 집단대출의 경우 분양보증이 있어서 은행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건전성 측면을 우려해 심사를 강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집단대출 연체율은 0.45%에 불과하다. 이는 기업대출 연체율(0.78%)이나 가계신용대출 연체율(0.48%)보다도 낮다.

 

이어 그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집단대출을 규제하는 게 옳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택시장 산업 측면만 떼어놓고 보면 분양시장 위축이나 하우스푸어 양산 등 그 피해는 엄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번 집단대출 심사 강화를 계기로 주택사업을 해오던 방식의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집단대출은 결국 분양을 받은 수분양자인 개별 가계의 빚인데도, 그동안 시공사의 신용등급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이들에게까지 최대 70%까지 중도금을 대출해주면서 가계부채 규모가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수분양자가 확정되면 개인의 신용등급과 소득을 증빙해 개인의 상환능력을 검도해야 한다이것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가계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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