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신차·중국통 경영진' 시너지 기대

지난해 6월 23일 현대차 중국 충칭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사진=현대차그룹

현대·기아차가 지난해 내내 시달렸던 중국발() 악몽을 재현했다. 지난 1월 중국 시장에서 전년 동기보다 판매가 21.9% 급감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와 GM 등 주요 업체 중국 판매량이 크게 뛴 것과 대조적이다.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 1월 성적을 두고 위기론까지 불거지지만 정작 사측은 담담하다. 자신감은 상·하반기 예고된 신차 출시에서 나온다. 무엇보다 날로 커지는 중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현대·기아차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현대차 중국 전선을 맡게 된 임원들의 경영능력도 심판대에 오를 전망이다.

 

일장춘몽(一場春夢) 현대·기아차...한 달 새 중국성적 급변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에서 214828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0.9%를 기록했다. 이는 20141(11.1%) 이후 23개월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현대·기아차 중국시장 연간 점유율인 8.9%를 크게 상회했다.

 

한달만에 상황은 급변했다. 현대·기아차는 1월 중국 시장에서 124495대를 팔아 전년 동월(159449)보다 21.9% 역성장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55.2%), 혼다(44.2%), GM(30.8%) 성장률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현대·기아차 1월 중국 시장 점유율은 6.1%.

 

베이징현대 하락폭이 뼈아팠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베이징현대는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27.2% 감소한 7520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베이징현대보다 판매량이 적었던 중국 토종업체 창안(133700)과 창청(8200)에 추월을 허용했다.

 

시장 예고대로였다. 현대·기아차는 지난 4분기 연말 성수기를 노려 차량을 과잉생산했다. 이 탓에 재고도 많이 쌓였다. 특히 신차출시 이전의 구형모델이 지난연말 소진되며 1월 판매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당장 2월 시황도 좋지 않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국시장은 소형차에 대한 구매세 인하정책 및 춘절을 앞둔 차량 구매수요가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상쇄시킨 것으로 추정된다“2월 중국 자동차 수요는 주식시장 둔화 및 경기둔화 우려가 구매세 인하정책을 상쇄하여 전년 동기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2월 공장판매는 재고조정 노력으로 부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 반전 가능”...경영진 능력도 관건 

 

김견 동풍열달기아 총경리(왼쪽), 담도굉 중국전략담당 부사장(가운데), 이병호 북경현대기차 총경리(오른쪽). / 사진 = 현대차 제공

시장 우려에도 현대·기아차는 담담하다. 신형 스포티지, 신형 아반떼 등 주력 신차가 중국시장에 연내 출시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현대·기아차는 중국시장에서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투싼, K5 등을 중국에 확대 판매할 예정이다.

 

관건은 스포티지 등 SUV 성적이다. SUV는 지난해 중국에서 6176313대가 판매되며 2014(3963459) 대비 55.8% 늘었다. 올해 중국에서 판매될 SUV 모델은 작년보다 32개 늘어난 191개다. SUV 경쟁이 더 치열해진 상황에서 투싼, 스포티지 등이 힘을 내지 못하면 현대·기아차 한해 실적이 무너질 수 있다.

 

지난해 현대자동차그룹이 중국시장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꺼내들었던 인사 카드도 시험대에 오른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중국시장 점유율이 9.2% 밑까지 추락하자 중국사업 수뇌부를 전격 교체한 바 있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사천현대기차 담도굉 판매담당 부사장을 중국전략담당 부사장으로, 현대위아 공작·기계·차량부품사업 담당 이병호 부사장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로, 기아차 기획실장 김견 부사장을 동풍열달기아 총경리로 각각 임명했다.

 

현대차 중국 전선을 맡게 된 임원들은 전형적인 중국통이다. 현대차 중국전략담당에 임명된 담도굉 부사장은 화교출신으로 북경사무소장, 중국사업본부장, 중국전략사업부장 등을 거쳤다. 중국전략 담당 상근고문으로 임명된 노재만 씨는 2011년 북경현대기차 총경리로 일한 바 있다. 만약 올해 이들이 점유율 반전을 꾀하지 못한다면,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인사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상이상이다. 글로벌 업체 5위권 수성을 노리는 현대차로서는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며 딜러 인센티브 확대와 같은 보수적인 운영으로는 성장 한계가 있다. 경영진의 능력과 신차 효과등이 시너지를 내야만 장기적인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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