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구매력 풍부, 기반 시설 부족...국내 업체에 기회"

불황에 빠진 석유화학·철강·중공업 업체들이 이란에서 기사회생의 기회를 찾고 있다. 정부 역시 이란에 민간 경제 사절단을 보내면서 이란 공략에 힘을 싣고 있는 모양새다. 이란 정부와 바이어(Buyer·구매자)도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어서 국내 업체들에 이란은 새로운 수요처가 될 전망이다.

이란이 뜨고 있다. 지난달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세계 각국이 발 빠르게 이란 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지난달 외국 정상으로는 이란을 가장 먼저 찾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연내 이란 방문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도 이란 시장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오는 29일 이란 테헤란에서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한국측 수석대표로 제11차 한·이란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25일 밝혔다. 여기에는 이란 시장 진출을 모색 중인 95개 기업, 단체로 구성된 대규모 민간 경제 사절단도 함께한다.

이처럼 각국이 이란 시장 선점에 힘을 쓰는 이유는 풍부한 자원과 구매력에 있다. 이란은 원유 확인 매장량만 세계 4위에 위치해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은 러시아와 1, 2위를 다툴 정도다. 총인구는 8000만명에 이란 전체 구매력은 1조달러(약 1237조5000억원)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내에선 불황에 빠진 철강·정유·석유화학 업체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원유와 천연가스는 넉넉하지만 부족한 산업 기반 덕에 제철소 건설 등 대형 프로젝트에서부터 석유화학 제품 교역까지 다양한 수요 창출이 가능해졌다.

이란 역시 국내 업체 진출을 반기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석유화학, 자동차 등 이란 바이어 52%는 제재 해제 이후 한국 기업과 거래량이 현재 거래 규모보다 5% 내외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문에 답했다. 또 응답 바이어의 44%는 교역 규모를 최대 2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계에선 합성수지 수출 증대가 예상된다. 대(對) 이란 수출 비중 10.4%를 차지하는 합성수지는 2014년 철강판에 이어 가장 많은 수출액을 기록했다. 합성수지 수출액은 2014년 4억4000만달러, 2015년 1월에서 11월까지는 3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는 “이란,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산유국에서도 정제 기술 부족, 플랜트 노후화 등으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 시장이 형성돼 있다”며 “이란의 경우 전체적인 경제 성장과 더불어 석유화학 제품 시장도 성장할 전망”이라 밝혔다.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도 이란 석유화학 제품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큰 시장이 아니라 곧바로 시장에 진입하려는 계획은 없다. 하지만 이란이 막대한 자금을 동원해 경제를 키우는 만큼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보여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유화학 업체들의 이란 시장 진출은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이번에 파견하는 민간 사절단에 석유화학 업체 대표인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김창범 한화케미칼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란과 정유, 석유화학 등과 관련된 각종 사업을 논의할 예정이다.

철강 업계도 이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 이후 본격적인 경제 개발로 인한 철강 수요 증가에 대비해 지난해 9월 이란 철강사인 PKP와 연산 160만톤 규모 파이넥스(FINEX) 기술 수출 관련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파이넥스는 포스코가 2007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신제철공법이다.

두 회사는 3월 제철소 건설 관련 MOA(합의각서)를 체결하고 2017년 3월 착공을 목표로 차바하르 경제자유구역에 이 제철소를 건설할 예정이다. 총 투자비는 약 16억달러다.

이란 내 철강 수요는 더 늘 전망이어서 국내 철강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에는 10여개 철강사가 연간 1500만톤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수요 대비 연 400만~500만톤 정도 공급이 부족하다. 이란 정부는 2025년까지 자국 내 생산량을 5500만톤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란 내 기반 산업 조성과 관련된 수주도 기대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37년 만에 문호를 개방하는 이란 시장도 큰 호재”라며 “이란은 올해에만 약 1400억달러에서 1500억달러 정도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원전, 화력발전소 등 발전 사업과 워터플랜트 사업 위주로 이란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철강·중공업 업체들이 이란에 진출할 때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이란은 중동 제 1의 수출 시장과 진출 거점으로 부상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이란 진출을 위해서는 시장 선점을 위한 해외 기업간 경쟁 심화, 인프라 미비 등 진출 리스크에 대하여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사전에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원석 KOTRA 정보통상지원본부장은 “경제제재 해제 이후 전 세계가 이란을 주목하고 있다”며 “이러한 경쟁을 뚫고 우리 기업이 이란 시장을 성공적으로 선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계속 업데이트하고, 이란 진출희망 기업에게 지속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이란 진출기업 대표 등 관계자의 간담회 모습. /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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