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핵심, 규제 대상에서 빠져...정부 대응 안이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달했지만 정부 대응은 안이했다. 가계대출 핵심인 집단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저금리도 유지했다. / 사진=뉴스1

 

가계부채가 1200조원에 달했지만 정부는 가계대출 핵심인 집단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대응 조처가 안이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86주만에 떨어지고 지난 1월 주택매매 거래량도 전년대비 21.4% 줄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여전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하우스 푸어 양산 가능성을 경고했다.(http://www.sisabiz.com/biz/article/74276)

 

그러나 정부 대응은 안이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택담보대출 심사 기준 강화안에는 집단대출 규제가 없었다.   

 

가계대출 증가의 핵심원인은 중도금 집단대출이다. 지난해 9월 중도금 집단대출은 4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9조1000억원 늘었다. 예년 연평균 증가액(2조~3조원)의 3배를 넘었다. 9월 기준 전체 집단대출은 104조6000억원으로 은행권 전체 주택담보대출 383조3000억원의 30% 수준이다. 

 

아파트 분양물량이 급증하면서 집단대출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아파트 분양물량을 49만호로 예상했다. 이는 2000~2014년 연평균 27만호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송인호 연구위원은 "아파트 분양물량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도 집단대출을 중심으로 지속될 것"이라며 "중도금 집단대출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수분양자의 상환능력 여부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이는 가계부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송 연구위원은 "집단대출도 아파트 분양시점에 개인신용평가 심사를 강화해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며 "금융위가 주택담보대출의 핵심인 집단대출을 제외해 정책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도 "금융위는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 가이드라인에서 집단대출이라는 핵심을 뺐다"며 "이는 개인 대출자보다 건설사와 분양 경기를 위한 정책이다. 향후 금리가 오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단대출은 담보가 없다. 가계부채 문제에서 부실 가능성이 높은 약한 고리다"고 평가했다.

 

◇ 초저금리 유지…"소비 효과 미미·부채만 키워"

 

한국은행은 이번 달에도 연 1.5%의 저금리를 유지했다. 초저금리 정책은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저금리 효과는 미미했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완화 등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단행한 부동산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가계부채만 늘렸다.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6%에 머물렀다. 2014년 3.3%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2012년(2.3%) 이후 3년 만에 최저치다. 

 

민간소비 증감률은 소폭 올랐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전년보다 2.1% 늘어 2014년 증감률 1.8%보다 0.3%포인트 증가했다. 다만 상승폭이 크지 않아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민간소비가 소폭 늘었지만 크기로 볼때 매우 미약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는 미미하다"며  "기존 빚이 너무 많고 저축률도 낮은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2008년 이후 부동산 자산 증가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는 사라졌다"며 "오히려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이 소비를 줄인다"고 밝혔다. 

 

임희정 연구위원도 "2008년 이후 기준금리 인하의 소비 증가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담보가 없는 대출을 꺼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민간 소비가 늘어난 것도 개별소비세 인하 등 다른 정책을 함께 실행했기 때문"이라며 "금리 인하가 주 요인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정부는 개별소비세 인하와 한국형 블랙프라이데이 등 소비진작 정책을 실행했다.

 

한은의 금리 정책은 가계부채와 미국 금리 인상 등 여러 요인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윤석천 평론가는 "한국은행은 현재 금리 가용성을 잃었다"며 "이명박 정권 후반 경기가 좋았을 때 금리를 올려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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