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관·유정관 등 수출량 크게 줄어

 

저유가와 각국 보호무역으로 인해 국내 강관 업체들이 위기에 빠졌다. / 사진=현대제철

저유가 여파가 국내 강관 업계에까지 미치고 있다. 저유가로 인해 채산성이 낮아진 해외 정유 업체들이 원유 생산 설비를 축소하면서 유정용 강관 등 수출이 줄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강관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캐나다에서 국내 강관 제품에 대해 반덤핑 규제를 진행하고 있어 국내 강관 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1월 강관 수출이 크게 줄었다. 한국철강협회 철강동향 보고서 따르면 지난해 연간 강관 수출은 2181000톤으로 전년과 비교해 42.3% 감소했다. 지난 1월 강관 수출 역시 135000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1.4%나 떨어졌다.

 

강관 수출량 변화는 국제 유가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지난 2~3년간 강관 산업은 미국 셰일가스(shale gas)와 함께 성장했다. 셰일가스는 셰일층에 부존하고 있는 천연가스와 오일을 일컫는 말로 기존 기술로는 채취가 어려웠지만 프랙킹(Fracking·수압수평파쇄법) 기술 등장으로 상업 생산이 가능해졌다.

 

이 과정에서 시추에 쓰이는 유정용 강관 수요와 기름을 옮길 송유관 수요가 늘면서 국내 강관 산업도 덩달아 수혜를 입었다. 2014년에는 378만톤을 내다 팔며 수출이 생산을 이끌고 있다는 말마저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자 강관 수요가 줄었다. 생산으로 얻는 수익과 생산 비용 차익이 역전됐다. 일부 유정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미국 셰일 업체 한계생산비용이 배럴당 50달러 수준임을 감안할 때 15일 기준 국제유가 WTI 배럴당 29.44달러는 치명적으로 낮다.

 

셰일 업체들은 이러한 이유로 새로 시추공을 늘리거나 송유관을 깔지 않고 있다. 미국 원유 서비스업체 베이커휴즈(Baker Hughes)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미국은 시추공(rig) 571개로 전기 대비 48개가 감소했고 지난해와 비교해서는 885개나 감소했다. 캐나다는 242개로 전기 대비 11개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 139개 감소했다.

 

북미 지역 수요 감소는 국내 강관 업체들에 뼈아프다. 국내 업체에서 생산하는 에너지용 강관(송유관, 유정관 등)90% 이상 북미지역으로 수출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송유관과 유정용 강관 미국향 수출 비중은 201576만톤으로 전체 수출의 90%를 차지했다.

 

북미 국가들이 국내 제품에 대해 부과한 반덤핑 관세도 국내 강관 업체들에 문제다. 국내업체들이 2014년 셰일가스 개발 열풍에 따라 북미지역 강관 수출을 늘리자 현지 강관 업체들은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 반덤핑 조사를 의뢰했고 관세 부과를 이끌어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11월 한국산 API 라인파이프 덤핑으로 인한 미국 산업의 피해를 인정하며 세아제강 2.53%, 현대하이스코(현 현대제철 강관사업부) 6.19% 등 반덤핑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캐나다 국경관리청(CBSA)도 지난해 12월 한국산 유정용 강관(OCTG II) 반덤핑 관세 재조사 결과를 발표한 가운데 정상가격(Normal value)을 제출하지 않은 모든 수출업체들에게 현행 수출가에 37.4%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정상가격을 제출한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은 기존 보다 높은 유정용 강관 가격으로 캐나다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강관 수요 감소와 북미 국가들의 보호무역 탓에 지난해 국내 강관 생산 업체 실적이 줄었다. 대표적으로 국내 강관 산업 점유율 1위 업체인 세아제강은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보다 52.5%나 감소한 7796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18995000만원, 순이익은 4564000만원으로 집계됐지만 역시 전년 보다 각각 10.7%, 40.4%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아제강은 매출 70%가 강관제품에서 나오는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요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돼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강관 산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각국 보호무역에 대한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며 업체들은 북미로 치우쳐져 있는 수출 길을 중동, 남미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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