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철강 과잉공급···리커창 "1억5000만톤 감산"

철강산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지난달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9%넘게 떨어졌다. 사진은 용광로에서 출선(出銑)하는 작업자들. / 사진=포스코

철강산업 수출 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철강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9% 하락한 22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처음이다.  


중국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재 탓에 철강 제품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했다. 또 저가 중국산 철강재가 세계 곳곳에 밀려 나오면서 상대적으로 비싼 국산 철강 제품이 경쟁력을 잃고 있다.

무역장벽도 국내 철강 업계엔 고민거리다. 세계 각국이 저가 중국산 철강재에 대해 수입 규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철강 제품도 표적이 되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따르면 국산 철강 제품에 대해 수입 규제와 조사 사례는 32개국, 74건에 이른다.


중국 정부가 철강 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건 희망적이다. 박종국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13차 5개년 기획 첫해로 중국 정보가 과잉 산업을 구조조정할 가능성이 커 업황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 수출 발목 잡는 중국산 철강재와 보호 무역

공급 과잉 중국 철강재가 골칫거리다. 중국 세관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중국 철강재 수출 잠정치는 1억1200만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 연간 조강 생산량 8억톤의 12%에 해당한다. 내년에도 중국 내수 시장 수요 둔화로 수출 확대가 불가피하다.

중국발 저가 철강재가 세계 각국으로 흘러들면서 글로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신흥국이 몰려 있는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2005년 52.4%에서 2014년 70.2%까지 상승했다. 필리핀과 베트남에서는 시장 점유율이 각각 2005년 21%, 29%에서 2014년 73.5%, 52.2%로 크게 확대됐다.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철강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등 국내 업체들에겐 중국산 저가 철강재가 치명적이었다. 포스코가 2013년 3조원을 들여 준공한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포스코 제철소는 201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20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저가로 동남아로 들어오는 중국산과 러시아산 철강 반제품 영향이 컸다.

국내에서 해외로 수출할 때도 중국산 철강재는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 탓에 전체적인 철강재 가격이 하락했다. 지난해 1월 국내 철강재 수출 평균 단가가 톤당 979달러였지만 지난 1월 톤당 727달러로 25.8%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수출국에서는 중국산과 더불어 국내산 철강재에 대해서도 반덤핑 등 보호무역 정책을 펼치고 있다. 코트라가 4일 발간한 ‘2015년 하반기 대한수입규제 동향과 2016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철강 업종에 대한 수입규제는 32개국에서 74건에 이른다. 철강 업종은 지난해 하반기 국내 제품에 새로 추가된 세계 각국의 수입 규제 23건 중에서 15건을 차지했을 정도로 무역 상황이 좋지 않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에 따르며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부터 동남아 신흥국에 이르기까 많은 국가들이 자국 철강 산업보호를 위해 보호 무역조치를 취한다”며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 톤당 가격이 올라가 수익성이 악화돼 수출이 쉽지 않다. 더구나 저가 중국 철강재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악영향”이라 밝혔다.

◇ 중국에서 부는 철강재 감산 훈풍

국내 철강 업체들에 희망적인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연간 조강 생산량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를 기록했다. 중국 지난해 조강 생산량은 8억3000만톤으로 전년 대비 2.3% 줄었다. 중국 연간 철강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중국 생산량이 줄자 글로벌 철강 생산량도 감소했다. 세계철강협회 발표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철강 생산량은 16억2000만톤으로 약 2.8% 급감했다.


올해에도 중국이 철강 생산량을 줄일 전망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달 22일 국무원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철강 생산을 1억톤에서 1억5000만톤까지 감산폭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중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철강·석탄 등 과잉 생산 업종의 구조조정을 위해 연간 500억∼1000억 위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공급 과잉이 해소되면 시장이 정상화 돼 국내 철강 업체들도 숨통이 틜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2016년, 중국 철강산업의 변곡점'이라는 보고서에서 올해 3분기 절반이 넘는 중국 철강업체들이 순손실을 기록한만큼 연말부터 내년까지 자연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 내다봤다. 이 경우 철강 제품 가격이 올라 국내 철강사 경쟁력도 오른다는 것이다.


실제 중국 열연 강판 수출 가격은 오르고 있다. 중국산 열연강판 수출 가격은 지난해 12월 톤당 258달러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달 말 톤당 273달러로 5.8% 올랐다. 중국 철강업체인 보산강철과 무한강철 등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반등한 중국 철강재 유통가격을 반영해 오는 2월 기준가격을 인상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조사결과 중국 철강재 생산량은 8억5000만톤에서 많게는 12억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 된다”며 “중국 철강업체의 구조조정과 감산이 제대로 진행되면 이론상으로는 공급단가가 오르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체들로서는 경쟁력 개선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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