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침체, 저유가 등 위험 요소 많아

수출 효자 산업이라 불리던 석유화학 산업이 수출 위기 한 가운데 있다. 중국 경기 침체, 유가 등이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 사진=롯데케미칼

석유화학은 ‘수출 효자 산업’이라는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일 발표한 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8.8% 하락한 26억4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총 수출도 전년 대비 21.4% 감소했다.

석유화학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세계를 집어 삼킬 것 같던 중국이 저성장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이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고 있어 중국 수출 길은 더욱 험난할 전망이다.

저유가도 석유화학 제품 수출에 영향을 미쳤다. 원료 가격이 갑작스레 낮아지면서 업체별 수익성은 나아졌다. 하지만 제품 값이 떨어질 거라는 기대감에 지연 구매 수요가 생겼다. 게다가 제품 가격마저 원료 가격 하락분을 그대로 반영하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수출액은 줄고 수출 규모가 축소됐다.

◇ 석유화학 텃밭 중국, 지력(地力) 다했나

국내 업체들은 세계 최대 석유화학 수입국인 중국을 통해 성장했다. 석유화학 제품의 총 수출 중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2년 30%에서 2009년 55%로 성장했다. 이후 점차 하락해 지난해에는 약 47%를 기록했다. 석유화학산업은 생산량 절반 이상을 수출하는데 그 중에서 다시 절반을 중국에다 내다 판다. 그만큼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중국 교역 의존도가 높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보다 6.9% 성장했다고 지난달 19일 밝혔다. 1990년 3.8% 성장 이후 25년만에 연간성장률 7% 달성에 실패했다. 올해엔 6.4% 성장할 것이라 점쳐지고 있다.

중국 경제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과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Markit)에 따르면 1월 중국 제조업 PMI가 49.4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인 PMI 49.6을 하회했다. 제조업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여기에 중국이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급률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대를 전후해 완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소재·부품 등 중간재 부문에서 중국산 제품의 비중을 늘리는 차이나인사이드(China inside) 전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이 결과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은 지난해 50%를 웃돌았고 2020년에는 65%에 육박할 전망이다.  


중국 경기 침체와 자급률 상승이 계속 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입 수요 감소가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에틸렌(ethylene), 프로필렌(propylene) 등 기술 진입 장벽이 낮은 범용 제품 중심으로 국내 제품 수입 감소세가 가팔라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이들 범용 제품에서 매출 70%를 만들고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석탄을 기반으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범용 제품을 생산하는 CTO(Coal to Olefin)와 MTO(Methanol to Olefin) 생산 설비를 꾸준히 늘리고 있다”며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SAP(Super Absorbent Polymer·고흡수성 수지) 등 고부가가치 수출 제품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저유가, 부메랑돼 돌아온다

저유가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낮아진 원료 비용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도 있지만 지연 구매 수요와 제품 가격 하락으로 오히려 수익이 줄 수도 있다.


지난해에는 석유화학 업체들이 저유가 덕을 봤다. 원유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주요 원재료인 납사(naphtha)의 가격이 떨어졌다. 이로 인해 국내 석화업체들이 보유한 NCC(납사분해설비) 원가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ECC(에탄분해설비)나 중국 CTO(석탄화학설비) 보다 제품 경쟁력이 높아졌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이하일 때 기초 제품인 에틸렌 제조 마진은 북미 ECC는 톤당 273달러, 아시아 NCC는 톤당 239달러로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 과정에서 부산물이 발생하는 NCC 경우 부산물 가격에 따라 제조 마진이 오히려 역전되는 것이다.


하지만 저유가가 독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저유가는 지난 1월 석유화학 제품 수출액 감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동 두바이유(Dubai) 가격은 지난해 1월 배럴당 45.8달러에서 올해 1월 26.9달러로 41.3%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석유화학제품 수출단가는 같은 기간 톤당 1129달러에서 965달러로 14.6% 하락했다.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제품 가격도 같이 떨어진다. 석유화학 제품 구매자들이 가격이 떨어질 것을 예상해 구매를 미루는 까닭이다. 또 유가가 떨어지면 당장 재고 평가 손실을 보게 된다. 이미 국내 화학업계는 2014년 하반기부터 유가 하락으로 적지 않은 재고 평가 손실을 입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마진은 제품 가격, 원료값, 환율, 재고 등 복합적인 요인들로 계산된다. 원유 가격이 전부는 아니다”며 “아직은 원료인 납사 가격 하락속도가 제품인 에틸렌 보다 빠르지만 상황이 역전될 가능성도 커 업체 별로 유가 변동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원료 수급 다변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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