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수하물 대란, 제주공항 마비...돌발변수에 취약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대란, 제주국제공항 마비 사태 등 국내 공항들의 운영 미숙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눈으로 뒤덮인 제주공항. / 사진=뉴스1

연간 항공 여객 8000만명 시대를 맞은 국내 공항들이 운영 미숙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 달 사이 발생한 인천국제공항 수하물 대란, 제주국제공항 마비 사태 등 국내 공항들이 돌발 변수에 취약한 모습을 드러낸 까닭이다.

 

제주공항 마비 사태가 사흘만에 막을 내렸다. 제주공항은 23일 오후 545폭설과 강풍으로 운항이 중단됐다 42시간만인 25일 오후 12시가 돼서야 운항이 재개됐다. 이날 오후 8시까지 운항 중단 조치가 연장됐지만 기상 상황이 좋아져 조기에 운항을 시작했다.

 

이번 기상 상황으로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이 23296, 24517편 결항했다. 25일 오후 8시까지 예정된 항공편 390여편 운항 취소까지 포함하면 사흘간 총 1200여편이 결항됐다. 제주에 발이 묶인 승객만 232만여명, 244만여명, 2529000여명 등 총 89000여명인 것으로 추산된다.

 

공항 터미널 체류객도 발생했다. 운항이 재개를 대비해 기다린 승객들과 제주 시내로 빠져나가지 못한 승객들이 터미널을 가득 메웠다. 24일로 넘어가는 밤에는 체류객 3000명이 발생했고 25일 간밤에도 2000명에 가까운 체류객이 불편을 겪었다.

 

문제는 국토교통부와 한국공항공사가 이러한 상황을 예측하지 못한 데 있다. 23일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극심한 교통 혼잡을 피하기 위해선 공항 이용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일찍 와달라는 당부뿐이었다.

 

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는 혹한기 폭설에 대비해 제설 대책반을 운영하는 한편 불편함 없이 제주공항을 이용할 수 있도록 공항 시설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또 항공기 안전 운항 및 서비스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결항 사태는 대비하지 못했다. 체류객 3000여명은 공항 대합실에서 박스나 모포 등을 깔고 잠을 청하거나 의자에 앉아 쪽잠을 자는 등 불편을 겪었다. 공항 내 편의점 물품은 동이 났고 공항 밖으로 나가기 위한 교통편은 턱없이 부족했다. 해외 여행객들은 언어 소통이 되지 않아 항공사 카운터를 점령하는 등 혼란함을 드러냈다.

 

국토부는 모포 300장과 단열매트 100, 500, 생수 2000통 등을 마련했지만 체류객 수에 비해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제주도 협조로 추가적인 생수, , 모포 등을 체류객에게 제공하고 지자체 비상버스 20여대로 제주공항 내 체류승객의 시내 이동을 지원토록 했다.

 

김종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제주공항이 마비된 지 사흘째에서야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 마련된 제주공항체류여객 비상수송대책본부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은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지만 이미 체류객들은 이틀이나 불편을 겪은 이후였다.

 

공항 운영 미숙은 지난 3일 인천공항에서 발생한 대규모 수하물 지연 사태에서도 드러났다. 이날 동계 성수기를 맞이한 인천공항에는 2001년 개항 이래 최대 규모인 여객 17만 명이 몰렸다. 이로 인해 수하물 처리시설에 과부하가 걸려 수하물 운반 시스템이 마비됐고 항공기 159편도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토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총 20명의 합동조사단은 12일 중간 조사결과 발표에서 대규모 수하물 지연 사태는 초동 조치 미흡으로 발생한 것으로 중간 결론을 지었다.

 

인재(人災)였다. 사고초기 원격조치와 현장조치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객터미널로 향하는 터널의 수하물 고속 운송라인에서 모터제어장치에 오류가 발생했으나 수하물처리시스템(BHS) 운영센터 담당자 조치가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현장근무자도 장애발생지점에 투입되지 않았다.

 

이 사태로 일부 승객들은 수하물 없이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등 불편함이 발생했다. 항공사들도 수하물 분실 보상, 항공기 지연으로 인한 운영 차질 등 피해가 컸다.

 

항공업계 전문가는 지난 수하물 대란과 이번 제주항공 대규모 결항이 빚은 사태는 선진화된 공항에 어울리지 않은 모습이라며 정부와 공항공사는 테러, 자연재해 등 돌발 상황을 대비할 땐 항상 최악을 염두에 두고 운영 계획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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