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수 하락 시 헤지 불능 가능성은 존재"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H지수 하락에 따른 ELS 변동성 위험과 관련해 합동 브리핑을 진행했다 / 사진=시사저널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만든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금융당국은 증권사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동 브리핑을 통해 현재 H지수 하락이 곧 투자자 손실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ELS를 발행한 증권사 건정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만 ELS상품 특성상 증권사는 기초자산 선물을 이용해 변동성을 헤지(델타 헤지, delta hedge)하는데 H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선물 수급이 맞지 않아 헤지가 불가능해질 위험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자산 가격 하락하더라도 손실 확정 아냐"

 

금융당국은 우선 ELS 상품 특성상 기초자산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즉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켰다. 대부분 ELS 상품은 만기 전까지 특정시점에서 가격과 상관 없이 만기 시 일정가격 범위 내에 있으면 수익을 보장받는 구조다. 따라서 H지수가 크게 하락했다 해도 만기 시 주가가 회복되면 투자자들은 약정된 수익을 받을 수 있다.

 

H지수는 지난해 5월 26일 최고치인 1만4801.94 포인트를 기록한 후 중국 증시 불안 등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엔 장중 고점 대비 절반 수준인 7823.86 포인트까지 밀렸다. 그러나 H지수 기초 ELS 발행량의 96.7%가 2018년 이후 만기기 때문에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금융당국이 집계한 H지수 ELS 발행잔액은 지난 1월 19일 기준 37조원 수준이다. 이중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ELS 규모는 2000억원도 안된다.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ELS도 1000억원 정도에 불과해 실제 손실이 확정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설명이다.

 

H지수 ELS로 자금을 조달한 증권사들의 건전성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평균 NCR은 지난해 9월말 기준 486.7%로 중국 증시가 하락세에 들어가기 전인 지난해 6월말 기준 467.2%에 비해 19.5%p 개선된 수치다. 또 경영개선 권고 기준인 150%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 금융당국은 건전성 측면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장기간 지수 하락 시 헤지 어려워질 위험은 존재"

 

다만 금융당국은 추가 하락 발생시에 헤지 대상 부족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옵션 변동성을 의미하는 델타(delta)의 Payoff 구조. 만기가 가까워질 수록 곡선 형태의 Payoff 구조가 직선에 가까워진다. ELS 등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증권사는 옵션을 활용해 반대 포지션을 구성하면서 변동성 위험을 헤지한다 / 그래프=황건강 기자

일반적으로 ELS 같은 파생금융상품을 발행하는 증권사는 동시에 변동성을 헤지한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라면 상품구조에 따라 다르지만 현물을 보유(long)하는 구조라면 지수 선물옵션을 파는(Short) 형식으로 헤지를 해둔다. 이 과정은 옵션의 변동성을 의미하는 '델타'를 따서 델타헤지로 부른다.

 

델타헤지가 완벽하게 돼 있다면 ELS의 기초자산 가격 변동에 증권사가 손해를 볼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델타헤지 시 발생하는 변동성의 차이로 증권사에게는 작게나마 수익이 발생한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 변동 시 마다 헤지 비율을 다시 계산해서 선물옵션 등 헤지자산을 사거나 팔아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증권사들은 100% 헤지하지는 못한다.

 

권오상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장은 "헤지 과정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등 일부를 제외하면 증권사들이 H지수 ELS에 대해 변동성을 모두 헤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향후 H지수 추가하락으로 헤지 대상인 옵션 수요가 몰릴 경우 헤지가 안될 수 있다는 위험은 있다"고 말했다.

 

◇홍콩 H지수 변동성 확대 대비 증권사 건전성 지속 관리

 

금융당국은 H지수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우리 증권사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우선 이미 발표한 대로 ELS 특별계정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 지난 20일 금융위가 금융개혁 후속 작업의 일환으로 내놓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하위 규정 개정안에 따라 ELS로 조달한 자금은 고유재산과 구분해 회계처리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헤지 자산 운용이 실제로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이 부분은 지수 등 파생금융상품 기초자산 변동성 증가에 대한 대비 태세 확인은 물론, 증권사와 고객 간 이해상충도 점검하기 위해서다.

 

옵션의 수익구조는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에 한쪽이 손해를 보면 한쪽은 수익을 얻는다. 기초자산을 증권사가 보유하고 델타헤지를 거는 구조에서는 증권사가 이익이 발생하면 투자자가 손해를 보고 투자자가 이익을 보면 증권사가 손실이 날 수 있다.  지난해 5월 대우증권이 ELS 투자자 피해와 관련해 대법원으로부터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받은 바 있다.  SK증권도  지난해 ELS의 기초 자산이던 포스코 주식을 대량 매도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김학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ELS 판매채널 전반에 대한 원금손실 위험성이 투자자에게 충분히 고지되고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이 충분히 투자위험을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특정지수에 대한 ELS 쏠림 현상 등 시장 전체적인 리스크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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