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신흥국 소비침체 가시화…전문가들 “당분간 특별한 해법 없어”

경기도 평택항 동부두 수출 야적장에 수출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있다. / 사진=뉴스1

세계경기 침체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특히 우리 수출 기업들이 받을 충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우리 수출이 중국과 신흥국 의존도가 50%가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세계 경기 침체로)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이 받을 충격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정유·석유화학, 저유가 반갑지만 중국 경착륙이 문제

 

정유·석유화학 업계에선 중국 등 신흥국 경착륙은 부정적, 저유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경착륙 등 신흥국 경기 침체 조짐은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업체 중국 수출 비중은 약 45%에 이른다. 중국은 내수 위주로 성장 정책을 바꾸며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정유 제품에 대해선 중국은 이미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경기 침체로 수요마저 하락하게 되면 국내 정유, 석유화학 기업들이 설 곳이 더 줄어든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 매출 70%를 차지하고 있는 에틸렌(ethylene), 프로필렌(propylene) 등 범용 제품 수출에 타격이 생길 전망이다.

 

반면 저유가 기조는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정유, 석유화학 업체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원료인 원유와 납사(naphtha)의 가격이 떨어진 데 있었다. 미국 원유 생산량 감소에 따른 북미산 정유제품 공급과잉 완화, 중국 석유화학 업체들 증설 지연으로 인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완화로 제품 가격은 줄진 않았다. 하지만 저유가로 원료가격이 하락하면서 마진이 많이 남았다.

 

이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등 신흥국의 경기 침체는 수요 하락 측면에서 국내 정유와 석유화학 업체들에겐 좋지 않은 소식이라며 반면 저유가는 원료 가격을 낮추고 재고손실을 줄여 국내 정유, 석유화학 업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해운업계, 저유가 호재 무색하게 하는 중국 발 공포

 

해운업계는 표면적으로는 저유가 상황이 좋다. 해운은 원가에서 유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30%에 이른다. 연료비에 지출하는 비용이 줄수록 해운 업체 수익성도 증가한다.

 

지난해 국내 선사들은 저유가 효과를 봤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주력 선사들 매출은 줄었다. 하지만 유가 하락으로 인해 원료 비용이 줄면서 영업이익은 올랐다. 특히 한진해운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47.7% 증가한 592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유류비 등 원가 절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해운 전문가는 저유가는 국내 선사가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다만 저유가로 인해 운임인하 압박이 같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결국 선복량 과잉 공급과 물동량 부족, 글로벌 경쟁 심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본질적인 수익성 회복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중국 등 신흥국 경기 침체는 물동량 감소, 운임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해운 업체들에 부정적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벌크선 운임을 나타내는 발틱운임지수(Baltic Dry Index·BDI)는 지난 20(현지시간) 기준 358포인트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985BDI지수가 등장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BDI지수는 해운업계의 경기상황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석탄·철광석·곡물 등 포장 없이 벌크선으로 운송하는 원자재에 대한 운임을 평가한다. 중국은 최대 원자재 수입국으로 중국 경기 침체로 세계 교역량이 줄고 운임이 하락하면 해운업계는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IT업계신흥국중국 시장 붕괴는 치명적

 

전통적으로 원자재 값의 영향을 받지 않는 IT기업들은 일단 저유가 행진과 관련해선 크게 우려할 것 없다는 입장이다. 익명의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업종 특성 상 유가 변동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진 않는다다만 사태 장기화로 시장판매에 영향을 줄 경우 수출에 영향이 있는 경우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 두려워하는 부분은 신흥국 시장 붕괴와 달러화 강세 사태가 장기화 되는 것이다. 특히 신흥국 시장 붕괴는 IT업계 수출에 치명적이다. 전자업계는 그동안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 확대에 힘써왔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이 무너지고 중국이 성장을 이끄는 역할을 대신해 왔는데 중국까지 무너지면서 상황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IT기업들은 신흥국 비중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어서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키는 것도 어렵다고 전망했다.

 

중국시장 붕괴는 특히 우리 반도체 업계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전부문의 경우 중국 시장 차지 비율이 높진 않지만, 중국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스마트폰에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 소비 침체가 우려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신흥국미국 모두 자동차 소비 뚝

 

세계 경기 침체가 자동차 수요를 줄이며 현대자동차 등 국내 자동차업계의 수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붕괴는 이미 진행형이다. 과거 10년 간 연평균 16%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해 4.6% 성장에 그쳤다. 중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자동차 수요(8600만대)25%이상(2396만대)을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폭락으로 인한 민간소비 침체와 경제성장률 둔화가 주원인이라고 말한다.

 

일각에선 중국정부의 1.6L이하 소형차 구매세 인하(10%5%)로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높은 한자리수 성장률에 진입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특히 중국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지면서 국내기업의 중국 수출전망은 더욱 어둡다.

 

신흥국 사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러시아와 브라질의 자동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각각 35.7%, 26.6% 감소했다. 올해 이들 국가의 자동차 수요는 여전히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달러로 신흥국들의 통화가 평가 절하되면서 경제구조가 취약한 신흥국은 타격이 심하리라는 것이 중론이다. 3월 중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신흥국에서 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신흥국 경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유지웅 이베스트 애널리스트는 적어도 1분기말이나 2분기까지는 신흥국 수요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자국통화가 약세로 변동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서 생산판매를 영위하고 있는 자동차회사들은 더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은 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자동차 수요도 호조를 띌 것이라 기대하지만 미국 역시 저유가로 인한 수요 침체 압력이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유지웅 애널리스트는 저유가가 미국 자동차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미국은 산유국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가가 낮아 저유가는 미국에서도 수요침체를 유발한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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