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수출국 재정상태 악화로 한국 건설사 수주 급감할 듯

투르크멘바시 정유 플랜트 전경 /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국제 유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더니 급기야 20(현지시간) 하루만도 7%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해 국내 건설업계 해외수주액의 40% 정도가 중동 발주 물량이다. 그만큼 이 지역 의존도가 큰 편이다건설업계가 유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산유국 건설시장이 위축되면 국내기업의 수주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중동 산유국은 국가경제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유가 수준에 따라 투자 여력이 결정된다국제통화기금(IMF)은 중동 주요 산유국이 균형 재정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유가가 배럴당 52~105달러 선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 전문가들은 지금의 유가 수준으로는 발주처가 투자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다고 전망한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를 아예 잡지 않기로 했다. 예전에는 예상했던 프로젝트가 나왔고 건설사들은 이를 판단 후 수주하면 됐지만, 최근에는 중동국 재정 문제로 계획했던 프로젝트가 제 때 나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 조차 예상 발주 프로젝트와 수주전망이 가늠이 안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역시 같은 입장이다. 김운중 진출지원실장은 올해 국제유가는 연평균 배럴당 40~70달러 가량 간다는 얘기가 있고 40달러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말도 있다기관마다 유가 전망치가 다르니 파악이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개인적으로 대외 요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큰 전환점이 없다면 우리 건설업계의 수주상황도 나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개별 업체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올해 시장을 어둡게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해 중동 수주액은 직전해 대비 98% 급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시장전망과 수주 목표를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증권사들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 김형근 메리츠종금 애널리스트는 플랜트의 경우 효율성 측면에서 30년 뒤에 개보수를 해야 한다. 사우디, 이란에 있는 플랜트 공장은 지금이 30년 가량 지난 시점이어서 일부 증설에 따른 발주물량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란을 제외한 산유국의 유가 하락으로 발주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8년간 국제유가 및 해외수주액. 국제유가는 World Bank commodity price data 두바이유 기준, 2015년만 한국석유공사 2015년도 12월 23일 기준 유가 / 자료=해외건설협회

 

과거 흐름을 보면 국제유가와 국내 수주금액은 유사한 등락세를 보여왔다. 2014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96달러에서 201551달러로 45% 가량 급락했을 때,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액도 660억 달러에서 461억 달러로 30%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가 해외수주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던 2010년 수주금액은 전 해 491억 달러에서 45% 증가한 715억 달러나 됐. 그해 국제유가 역시 배럴당 61달러에서 78달러로 오름세를 보였다. 이는 우리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에서 중동 발주가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치 앞 전망도 어려운 현 상황에서 우리 건설업계는 해외건설산업의 수익성 제고, 진출지역·진출분야 다변화로의 대응이 요구된다. 이에 건설사들은 전통적의수주 텃밭인 중동을 벗어나 동남아시아나 신흥시장인 남미 아프리카 등 블루오션을 개발하는 한편, 강점을 보여온 정유 플랜트 외에 토목공사와 건축공사, 신도시 개발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09~201070%에 육박하던 중동 수주 비중이 201340.1%, 지난해에는 35.8%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또 생산설비 시설인 업스트림 수주는 줄고 있지만 정제분야인 다운스티림분야 발주는 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김운중 해외건설협회 진출지원실장은 설명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건설 시장은 전반적으로 악화가 우려되는 속에서 국제유가 및 신시장 개척 여부 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라며 정부 정책과 연계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다면 개선된 시장 상황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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