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별 옥석 가리기 진행 중

대림산업 주가 추이 / 사진 = 시사비즈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가 풀리자 국내 산업계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위해 분주하다.

지난 16(현지시간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란과의 핵 합의 이행에 따라 이 나라에 부과했던 경제 제재를 해제했다이란 핵위기가 불거진 지 13년 반 만이다이로써 이란은 정치∙경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로 복귀하게 됐다.

 

국제사회의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가 풀리고 우호적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국내 산업별 명암(明暗)은 갈리는 모습이다.

 

건설업계는 반기고 있다해외 플랜트 등 대규모 수주의 활로를 찾는 계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반면 조선업계는 저유가 국면이 장기화되며 수주 감소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 건설업계 화색…“가뭄 속 단비 될 것

 

건설업계는 이란 경제 제재 해제로 해외 플랜트를 비롯한 건설 수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가스∙석유자원 부국으로 가스와 정유 플랜트 등 발주를 활발히 진행해 왔지만 2002 8월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발각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됐다.

 

경제 제재에 동참하기 전까지 이란은 한국의 해외건설 수주액 기준 전체 국가 중 6중동 지역 국가 가운데 5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경제 제재 이후 해외건설 수주에서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며전체 국가 중 17위로 밀려났다.

 

대림산업과 현대건설 등이 사우스파 가스전을 비롯해 이란에서 하던 공사는 총 120 억달러에 달했다.그러나 이란 경제 제재 이후 2009년 GS건설의 139000만달러 규모 사우스파 가스개발 관련 공사를 끝으로 중단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461억달러로 전년에 비해 30.1% 줄었다특히 지난해 중동지역 수주 규모는 165억달러로 전년대비 절반 가량 급감했다저유가로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난을 겪으며 발주 물량을 축소하거나 연기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는 이란 제재 해제로 가스∙정유 플랜트 공사가 재개될 것으로 판단했다이란은 향후 1300~1450억달러를 투자해 원유 시설 등을 교체할 계획이며국가 정비에 필요한 도로철도항만댐 등 토목이나 건축 부문 인프라 시설 공사도 대거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 건설주 모처럼 방긋해외신규 수주 기대 물씬

 

이에 따라 이란 제재 해제가 전해진 18일 건설주가 모처럼 활짝 웃었다대림산업은 900(1.27%) 상승한 71500원에 마감했다현대건설이 2.27% 올랐고대우건설은 3.07% 뛰었다.

 

전문가들은 해외 프로젝트 경험의 강점이 있는 대림산업현대건설, GS건설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형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란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 제재가 해제된 만큼 빠른 교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신규수주 갈증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선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란 건설시장이 앞으로 연간 10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해 한국의 최대 건설시장으로 부각될 것이라며 침체된 해외건설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란 수주 건수는 대림산업 21현대건설 7, GS건설 4건 등을 기록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대림산업은 이란의 경제 제재 이후에도 현지 지사 운영을 통한 신뢰도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해외 시장 모멘텀(탄력)이 확보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GS건설은 수혜 기대감에 장중 8.10%까지 상승폭을 늘렸지만 해외 부문 불확실성 우려가 제기되며 0.22% 하락 마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GS건설에 대해 해외부문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3만원에서 29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7500억원, 224억원으로 컨센서스(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원유 공급 과잉이 부담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되며 공급선 다변화 가능성은 높아졌지만 유가의 추가 하락을 야기해 중동 건설수주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부정적 전망 때문이다.

 

김형근 연구원은 이란의 원유 공급이 재개될 경우 초저유가 상황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란을 제외한 중동 국가의 플랜트 공사 발주는 더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조선주선박∙해양플랜트 발주 재개 vs 저유가 발목

 

조선업계에서도 선박과 해양플랜트 신규 발주 기대감을 엿볼 수 있다지난 2008년 이란의 경제 제재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던 선박 발주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선가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해양플랜트 부문 손실 확대신규 수주 감소국제유가 하락세 등이 조선업을 장기 불황으로 내몰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 경제 제재 소식이 한 줄기 빛이 되고 있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풀리며 본격적으로 원유운반선석유제품선액화천연가스(LNG)선 등에 대한 발주 준비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이란 선사들은 선박 발주를 위해 아시아 주요국 조선사를 접촉했고경제 제재가 해제되면서 선박 제작 주문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수주 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발주에도 한 가닥 희망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유가 추가 진전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조선업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이란을 옥죄고 있던 경제 제가 풀리며 원유 및 석유화학제품 수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떨어진 가운데 이란의 원유 공급 증가에 따른 추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5(현지시간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대비 1.78달러(5.71%) 하락한 배럴당 29.42달러로 마감했다.

 

런던석유거래소(ICE)의 북해산브렌트유(Brent) 1.94달러(6.30%) 떨어진 배럴당 28.94달러에 마감했다종가 기준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4 2월 이후 약 12년 만이다.

 

선박과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불황으로 기존 발주 취소도 잇따랐다. 2014년 대우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은 471135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5조원대 영업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15000억원 수준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주의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다주가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18일 이란 경제 제재 해제 기대감에 현대중공업 주가는 2100(2.48%) 상승한 86800원에 마감했지만 지난해 초 112000원에 비해 22.5%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이날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150, 4805원에 거래를 마쳤다지난해 초 18750원이었던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장중 467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해양자원개발 투자가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등 수요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어 저유가 국면 속에서 업황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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