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 경영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장점부터 말하자면 소위말해 까라면 까는 식의 로열티다. 이들은 오너가 돌격 앞으로 깃발을 올리면 고지달성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한다. 심지어 패전이 명확관화(明若觀火)하더라도 최선을 다한다. 조직과 오너에 대한 로열티, 이를 기반으로한 일심동체의 기동력이 지금의 한국을 만들었다.

 

이러한 문화는 대기업뿐 아니다. 1차 하청업체, 2차 하청업체 등 중견 및 중소기업들도 이러한 하면된다문화에 익숙해져있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이런식의 문화로 실패한 경험이 별로 없다. 아니 세계를 재패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60년대이후 산업화 시기를 거치면서 세련되게 발전돼온 이러한 문화가 위기에 봉착했다. 우리보다 더 잘하는 나라들이 생기면서다. 그 나라들은 중국과 동남아다. 한마디로 단순 제조업에 있어서는 그들이 훨씬 낫고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까라면 까는 문화가 독이되고 있다. 수십만명의 종업원을 거느리는 회사도 오너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군대식 제조업문화가 남긴 독이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재계관련 이슈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국내 대기업들이 얼마나 회장님 눈치에 급급하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LG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든가,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입직원들을 명퇴시킨 것이라든지, 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솔직한 고백을 한 것이라든가, 삼성전자가 마케팅 회사 내지 소프트회사로 거듭나지 못한 것들은 다 경영진이 해야할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과장된 것일까.

 

모든 경영기법에는 장단점이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제조업중심의 경영문화로는 더 이상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해보인다. 우리보다 더 돈을 좋아하고 까라면 까고 그러면서 시장 규모는 10배 가까운 이웃이 바로 옆에 있다.

 

오너 경영에 대해 테클을 거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영진들, 임원들, 나아가 직원들의 잠재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그 어떤 기업도 무서울 것이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안타까워서 하는 얘기다.

 

최근 삼성전자의 삼성패스사업, SK그룹의 파격적 사회공헌 등 기존 경영관습에 과감히 메스를 가하는 경영활동은 반갑다. 한걸음 더 나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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