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소재지에 간판도 직원도 없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내연녀 김모 씨의 서울 반포 아파트를 약 9억원의 웃돈을 얹어 주고 매입해 논란이 된 버가야인터내셔널(이하 버가야). 지난해 말 재미 블로거 안치용씨가 버가야인터내셔널이란 생소한 회사를 언급하면서 언론에 등장했다. 

 

SK건설이 김 씨에게 분양하고 다시 SK 해외계열사가 프리미엄을 주고 매입한, 이 다분히 의심스러운 거래에 대해 SK측은 정상적인 거래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버가야의 매출이 얼마이고 직원은 몇 명이 되는지 SK 내부직원 그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하지 못했다. SK 관계자들은 “버가야 직원의 한국출장시 사용할 숙소라고 말했으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

 

SK그룹은 그간 공시를 통해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존재를 알렸다. 하지만 사업보고서를 통해 알 수 있는 정보는 사업장 소재지와 주업종, 지배회사 등이 전부였다. 지난 10일 버가야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싱가포르로 떠났다.

 

싱가포르 기업청(ACRA)에 확인결과 버가야인터내셔널의 소재지는 마켓스트리트 138번지 캐피타그린 빌딩 81호와 4(138 Market Street #08-01&04 CAPITAGREEN)로 밝혀졌다. 그런데 이 주소가 모회사인 SK에너지 인터내셔널과 같다. 이사진도 SK에너지 인터내셔널 이사진 총 8명 중 3(강동수, Lotus Isabella Lim Mei Hua, Lin Moi Heyang)이 버가야의 이사진으로 구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곧장 발걸음을 두 회사의 소재인 마켓스트리트 캐피타그린 빌딩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 곳에 버가야는 없었다. 1층 빌딩 층별 안내전광판은 물론이고, 안내데스크 직원 심지어 8SK에너지 인터내셔널 직원까지도 버가야인터내셔널이란 이름이 생소한 눈치다.

 

이튿날 보도(최태원 내연녀 아파트 매입한 SK ‘버가야인터유령회사 의혹)가 나간 뒤 SK측은 곧장 해명에 나섰다. 버가야가 실재하는 회사이고 직원은 5~10, 경영컨설팅 (계약흔적이 있다는 요지였다. SK측 해명으로 버가야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캐피타그린 빌딩으로 향했다. 1230분 도착(한국시간 오후130).

 

기자는 SK그룹 관계자에게 반박한 내용을 확인하고 싶다. 오후 4(한국시간 5)까지 1층에서 기다리겠다. 의혹을 벗기 위해 적극 나서달라고 전했다. SK측이 직접 해명에 나선 만큼 기대를 갖고 기다렸다.

 

하지만 시간이 다 되도록 그 누구도 나오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8층 사무실을 직접 방문하기로 했다. 사무실 안내 직원이 처음엔 누군가(미스터 강이라는 인물) 오고 있다더니 명함을 주면 추후 연락을 주겠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물론 어떤 연락도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김 씨와 버가야가 부동산을 거래하면서 외국환거래법상 신고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또 거래과정에서 탈세나 부정거래 사실이 드러나면 검찰 등 관계기관에 통보를 검토하기로 했다.

 

SK측 해명대로 실제 버가야에 근무하는 인력이 있다면 최소 한 명 정도의 결산(경리) 담당직원이 사무실에 상주하는 게 상식일 것이다. 항구 인근에서 컨테이너박스에 사업장을 내고 꾸려가는 소규모 회사도 경리 직원 1명은 상주한다.

 

버가야 모회사인 SK에너지 인터내셔널은 지난 2012년 매출 41조원을 거뒀다. SK에너지 인터내셔널은 자본금 110억(1385만 싱가포르 달러)을 들여 버가야를 설립했다. 실재한다는 회사가 실체적 외형이 없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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