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신영복 교수 오늘 영결식...저작권료 모두 학교에 기부토록 해

故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 / 사진=인터파크도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이자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붓글씨 원작자로 알려진 신영복(75)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5일 암으로 별세했다. 영결식(발인)은 오늘 오전 11시부터 성공회대학교 대학성당에서 거행됐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신 교수는 육군사관학교 경제학 교관으로 재직 중이던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됐다. 1988년 가석방 될 때까지 꼬박 2020일을 복역했다.


수감 중 휴지와 엽서에 적어 보낸 편지를 엮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시대의 고전이 됐다. 출소 후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다가 2006년 정년퇴임했다. 그 후 석좌교수와 인문학습원장을 지냈다.

 

특히 신 교수는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의 원작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처음처럼출시 당시 소주시장은 참이슬의 독주체제였다. 두산주류(現 롯데칠성음료)은 크게 열세였다. 이에 두산주류는 숙취해소를 쉽게 해주는 알칼리수 함량을 강화한 식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름이 문제였다. 참이슬의 아성에 쉽게 도전할 명칭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브랜드 네이밍 업체가 3번이나 바뀌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선 이가 참이슬을 작명한 손혜원 당시 크로스포인트 대표(더불어민주당 홍보위원장).

 

유통업계에 따르면 손 당시 대표는 신영복 교수 붓글씨를 새 술의 이름으로 두산주류 측에 추천했다.

 

신 교수가 소주 상표 이름에 붓글씨를 허락한 이유는 서민들이 많이 즐기는 술 소주에 내 글이 들어간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였다.

 

처음처럼​ 상표 위에 걸린 새는 처음으로 기쁜 소식을 전하는 까치를 형상화한 그림이다. 상표 밑은 처음으로 땅을 뚫고 일어나는 새싹을 표현한 것이다. 이 역시 신 교수의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담긴 그림이다.  

 
18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성공회대학교 대학성당에서 故 신영복 석좌교수 영결식이 열렸다. / 사진=뉴스1">

 

당시 한기선 두산주류 사장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신 교수는 무슨 학자가 돈을 받고 파냐며 저작권료 5000만원도 받지 않았다. 이에 회사 측이 5000만원을 더 보태 성공회대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출시 이후 처음처럼은 1년이 채 안돼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참이슬을 위협하는 소주시장 강자로 자리 잡았다.

 

처음처럼출시 후 씁쓸한 에피소드도 있었다.

 

소주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자 신 교수의 서예작품도 덩달아 관심을 받았다. 2008년 당시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처음처럼을 서각으로 제작해 경내에 게시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 무기수 전력 교수 작품이라며 문제 삼자 취소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작년 8월에는 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에 신영복 교수가 쓴 정문현판이 걸리자 보수단체가 민원을 넣어 결국 교체되는 일까지 있었다. 지금도 일부 누리꾼들은 신 교수의 글씨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처음처럼’을 종북소주라 비난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행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현대사가 만든 이념의 굴레가 서민들이 즐기는 술까지 옥죄고 있다는 것이다.

 

신영복 교수 책의 애독자인 대학생 진남현 씨(·28)고등학교 때부터 신 교수의 책을 읽었지만 이념적 색채를 느낀 적이 전혀 없다. 깊이를 갖춘 인문학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소주 붓글씨체까지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저작권료를 학교에 기부했으면 도리어 칭찬받아야지 왜 종북이라는 비난을 받아야 하나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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