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급 감소 효과보다 저성장 충격이 국내 산업에 더 큰 영향 미쳐"

중국 경제 경착륙이 국내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용광로에서 주철을 뽑아내는 작업자들.  / 사진=포스코

중국 경기 침체가 국내 석유화학과 철강 산업을 옥죄고 있다. 중국 경제 경착륙 조짐마저 보이면서 중국 내수가 더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 업계와 중국산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는 철강 업계에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전망이다.

중국 경제 상태를 가늠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urchasing Manager’s Index·PMI)가 떨어졌다. 중국 경제지 차이신(財新)과 영국 시장조사기관 마킷(Marki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제조업 PMI가 48.2로 나타났다. 시장 예상치인 PMI 49.0과 11월 PMI 48.6을 하회했다. 제조업 PMI가 50을 밑돌면 경기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중국 경착륙 조짐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도 긴장 상태다. 석유화학 업체 중국 수출 비중은 45%에 이른다. 중국 석유화학 제품 자급률 상승과 더불어 중국 내 수요 침체라는 장애물이 하나 더 생겼다. 특히 국내 석유화학기업 매출 70%를 차지하고 있는 에틸렌(ethylene), 프로필렌(propylene) 등 범용 제품 수출에 타격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석유화학 분야 수출액이 줄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12월 및 2015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석유화학 제품 총수출은 2014년 대비 21.4% 감소했다. 저유가로 인해 수출 단가가 줄어든 탓이었다. 여기에 중국 수요마저 줄면 국내 석화 업계에는 적잖은 부담이 된다.

철강업계에도 중국 경기 침체가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철강업계는 중국산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산 철강재 공급 과잉은 중국내 생산 설비 증설과 중국 내수 시장 침제가 겹치면서 발생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야 할 철강 물량이 해외로 나가게 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철강재 수출 물량은 2014년 50% 증가했고 2015년에는 25% 늘었다.

국내에 유입하는 철강재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10월 기준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 물량은 총 1269만톤으로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2.6% 늘었다. 국내 철강재 총수입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48%에 이른다. 중국 내 수요가 더욱 줄면 갈 곳 잃은 중국 철강재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철강산업과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 경제 경착륙은 중국 산업 구조조정을 빠르게 촉진시키켜 공급 문제를 상당부문 해소할 것이라 보고 있다. 중국은 공급개혁을 올해 경제 정책으로 삼으며 국유기업 통폐합, 생산 축소 등을 예고한 상태다.

하지만 공급과잉이 해소되기 전 수요 감소가 더 큰 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지 조사결과 중국 철강재 생산량은 8억5000만톤에서 많게는 12억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 된다”며 “중국 구조조정으로 인한 공급 감소보다는 중국 경착륙으로 인한 수요 감소가 국내 철강업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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