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00억弗 육박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라 지난해에도 신흥국 펀드에서 1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작년에만 신흥국 펀드에서 992억달러의 자금이 유출됐다. 주식형 펀드에서 723억달러, 채권형 펀드에서 268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지난해 유출액의 3배에 달하며,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신흥국 펀드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2013년부터 3년째 자금 유출이 진행됐다. 2013년 309억달러과 2014년 252억달러가 순유출됐다. 3년간 신흥국 펀드의 자금 유출 규모는 1552억달러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신흥국 펀드로 2657억달러가 유입됐지만 이후 58.4% 가량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신흥국 자금 유출은 지난 2013년부터 본격화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출구전략 시행 때문이다. 연준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는 ‘테이퍼링(Tapering)’을 시사하면서 금융시장은 출렁거렸다. 경기부양을 위해 공급됐던 유동성이 급격히 회수될 것이란 우려가 높게 작용했다.
지난해에도 중국 증시 급락, 미국 금리인상,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이 신흥국 자금 유출을 부추겼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43억달러가 유출됐지만 8월 들어 342억달러가 빠져나갔다. 9월 126억달러가 유출되며 주춤해진 듯 보였지만 이후 규모는 다시 늘었다. 11월과 12월 3주까지 각각 182억달러, 86억달러가 빠져나갔다.
연준이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긴축 우려는 일부 희석됐지만 신흥국 펀드 유출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자금 유출 규모가 확대됐던 것에 비춰볼 때 올해엔 다소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수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 속도 등 정책변수는 있지만 올해 자금 유출세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중국 경기 둔화, 원자재 가격 약세 등은 여전히 신흥국들의 부담 요인이다. 미국 금리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경우 신흥국 펀드 자금 유출세는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비룡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 경제 둔화가 지속되고 미국이 서너 차례 금리인상에 나설 경우 신흥국 자금 유출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