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비용항공사와 외항사, 조종사 인력 유출 등 어려움 예상 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내년에도 어려운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사진=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쉽지 않은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 저유가라는 훈풍은 잠시, 저비용항공사(Low Cost Carrier·LCC)라는 한파가 불어 닥쳤다. 중동 3사 등 외항사마저 세를 확장하고 있어 새해 벽두부터 생존을 고민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지점통폐합·희망퇴직·노선구조조정 등 전 부문에 걸쳐 효율성을 높이고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경영 정상화 방안을 30일 발표했다. 특히 국내 23개 지점과 해외 128개 지점을 각각 14개, 92개 대표 지점으로 통합한다. 또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 퇴직자를 받는다.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위기는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경영 정상화 방안을 통해 연간 160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아시아나항공 연간 이자 비용인 약1500억원을 갚아나가는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영업 활동을 통해 재무 상태를 개선해야 하는데 이 역시 녹록치 않다. 저비용항공사 약진이 두드러진 탓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저비용 항공사 국내 여객 운송량은 137만명으로 106만명이 이용한 대형항공사(Full Service Carrier·FSC)를 넘어섰다. 국제선 운송 실적 성장세도 저비용항공사가 가파르다. 대형항공사 11월 국제 운송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3% 늘었지만 저비용항공사는 54.6% 증가했다.


대한항공도 어려움에 처해있다. 수익성 높은 장거리 노선이 중동 3사(에미레이트항공·에티하드항공·카타르항공)에 잠식당하고 있다. 중동 항공사들은 세계 각국에 하루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과 값 싼 항공료로 환승 수요를 끌어 당겼다.


이들 항공사 지난해 국내 수송객은 68만5388명으로 2011년 50만5142명에서 35%나 늘었다.이들 중 87%인 59만4000여명은 인천을 출발, 중동을 경유해 미국과 유럽으로 가는 승객이었다.

조종사 유출도 고민거리다. 올 한해 동안 대한항공 한국인 조종사 약 2500명 가운데 130명이 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부기장 인력 유출이 심각하다. 부기장들은 기장 경력을 빨리 쌓기 위해 저비용항공사로 이직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선 부기장이 기장이 되려면 민간 출신은 평균 13년, 군 출신은 평균10년 정도 걸린다. 반면 저비용항공사에 있으면 대한항공보다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빨리 기장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들이 빠져나가면서 항공기를 몰 조종사들이 부족해졌다는 점이다. B737과 같은 작은 비행기를 운용하기 위해선 부기장이 5.5명에서 6.5명 있어야 한다. 하지만 대한항공은 4.5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B737을 많이 운영하는데 그만큼 인력이 유출된 탓이다.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의 임금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2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했다고 30일 밝혔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임금 총액 대비 37% 인상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내놓아 합의점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독일 루프트한자, 프랑스 에어프랑스-KLM 등 글로벌 대형항공사들도 저비용항공사 성장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됐다”며 “대형항공사들은 내년 항공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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