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기 부진에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 모두 위협받으며 한계기업이 크게 늘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계기업 수는 3295개로 미국발 금융위기 후인 2009년 2698개에 비해 597개나 늘었다. 올해는 한계기업은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금융 당국도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매년 한 차례 실시하는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하반기에 추가로 진행했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30일 ​​17개 은행 여신담당 부사장이 모아 놓고 "기관 이기주의 행태를 보여 기업 구조조정에 애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진 원장은 당부만으로는 부족했는지 금융사 영업점의 성과평가 개선방안까지 언급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기관 영업점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느라 평가손실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실적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 문제점을 개선하기로 했다. 반대로 구조조정을 고의로 지연하면 실적 평가에 불이익을 주는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탓에 금융 당국이 다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촉법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절차(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한시법으로 2015까지만 효력을 갖는다.

기업 워크아웃 시 채권단의 의견일치가 중요하다. 금융 지원과 기업회생 작업을 진행하는데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하면 구조조정 작업에 차질을 빚는다. 워크아웃 대상 회사는 재무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루만 늦어도 이자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기촉법은 채권단 75% 동의로 금융 지원과 구조조정을 통한 기업회생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기촉법이 사라지면 기업회생 작업에 반대하는 금융기관을 강제로 동참하게 만들 근거도 사라진다. 한시법으로 제정된 기촉법은 지난 2006년에도 효력을 잃었다. 당시 일부 채권금융기관의 비협조 탓에 일부 회사 구조조정이 실패했다.  

기업이나 금융 당국과 달리 국회는 느긋하다. 올해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31일에도 기촉법 개정안이 통과하기 어려울 듯하다. 국회 정무위는 9월 정기국회 이후 단 하나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았다.

다급한 금융 당국은 기촉법 부칙 제2조 2에 근거해 워크아웃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주채권 은행이 기촉법 유효 기간 안에 채권은행 협의회 소집을 통보한 경우 관리 절차가 완료 내지 중단되기까지 해당 법규의 적용을 받는다고 부칙 조항에 명시돼 있다.

주채권은행이 31일 채권은행 협의회를 소집하면 기촉법이 효력을 잃어도 관리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촉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5년 마지막날 국회는 한산하지만 국내 채권은행들은 바빠질 예정이다. ​​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