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도래 공모사채 차환 지원제도 연장 촉구

해운업계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 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사진=현대상선

현대상선, 한진해운 등 해운사들이 구조적인 불황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이 유일한 살길이라는 절박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운업 불황은 세계적인 수요 침체 탓으로 단순히 국내 해운사 구조조정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지원 아래 경쟁력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는 주장이다.

◇ 바닥 찍은 해운 산업···지금이 지원 적기

이러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에는 해운업계에 최근들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최근의 유리한 환경에 덧붙여 정부의 지원이 부가되면 최단기간내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최근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며 운임 연료비가 크게 줄었다. 전체 비용 중 연료비가 30%를 차지할 만큼 유가 변동과 실적 연관성이 크다. 미국 원유 수출, 이란 경제 제재 조치 등으로 유가는 더욱 떨어질 것으로 전망 돼 국내 선사들은 실적 회복 계기는 마련된 상태다.

물동량도 늘고 있다. 해운시장 조사 업체인 영국 드류어리(Drewry)와 클락슨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 지난 상반기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동기대비 8.4% 증가했다. 6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임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 늘었다.

산업은행은 '2016년 경제·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을 통해 해운 물동량은 2.9% 늘어난 111억1400만 메트릭톤(MT)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선복량(운송량)도 3.8% 늘어난 18억2000만 재화중량톤수(DWT)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도 물동량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준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띄면 미국 내 구매력이 향상돼 물동량이 늘어난다. 또 미국 기준금리 인상 자체가 미국 경제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미주 물동량이 증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주력 노선인 미주노선 운임 약세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미주 물동량 증가로 운임이 회복되면 실적 개선 여지는 커질 것”이라 밝혔다.

◇ 국내 해운사, 혼자 힘으로 반등하기엔 ‘역부족’

세계 물동량 증가 추세에도 국내 해운업은 여전히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 물동량을 확보하기 위해선 물건을 싣는 선복량이 필요한데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벌크선, LNG선 등 상당량이 팔렸거나 매각을 진행 중이다. 초대형 선박 중심으로 선박 발주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형 선박이 부족한 국내 해운사들은 불리한 위치에 처해있다.

산업은행도 물동량과 선복량은 모두 증가하지만 국내 해운산업을 ‘부진’산업으로 분류했다. 부족하고 전 세계적으로 선복량 공급이 넘쳐서 운임이 하락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국내 해운사들은 운임 하락을 극복할 재무적인 여건이 안 되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한 몫했다.

결국 국내 해운사들이 실적을 회복하기 위해선 물동량이 늘어나는 핵심 사업 위주로 투자를 늘리고 내실 경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 해운사들은 채무를 갚아나가는 데 급급한 상태여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

업계에서는 이미 올해 원료비 절감, 노선 합리화 등 해운사 스스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결과를 끌어냈다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해 상반기 1259억원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영업손실이 669억원 가량 축소됐다. 한진해운은 상반기 영업이익 214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 해운 산업 골든타임(golden time) 얼마 남지 않았다···정부 지원 절실해

해운업계는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국가 기간 산업인 해운 산업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독일 정부는 해운 업체 하팍로이드(Hapag-Lloyd)에 18억달러 규모 지급 보증을 섰다. 지방정부인 함부르크도 이 해운사에 7억5000만 유로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MAERSK)도 정부 지원을 받았다. 덴마크 정부는 머스크에 62억달러를 빌려주었고 수출신용기금을 통해 5억2000만 달러를 지원했다.

중국은 중국은행을 통해 코스코(COSCO)에 108억달러의 신용을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초상은행을 통해 이 해운사에 3년만기 49억달러를 대출했다. 또 중국수출입은행은 2013년초 5개 민영 해운사에 총 1억6000만달러를 지원하는 등 정부와 정책금융기관 차원에서 해운사 살리기에 힘썼다.

한국 정부도 ‘회사채신속인수제’라는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이자율이 14% 달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가 수출입은행을 통해 26조원을 지원 받은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국선주협회는 우선적으로 만기도래 공모사채 차환 지원제도 연장을 촉구했다. 공모사채 차환 지원 제도가 올해로 종료될 경우 2016~2017년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해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을 수송하고 있는 국가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이다. 구조조정에 앞서 국내 해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 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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