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언론 유착 심해"

경제가 성장해도 재벌기업만 부자가 되고 국민들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낙수효과가 더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하성 경제개혁연구소 이사장(고려대 교수)은 23일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구소 합동 토론회 '한국 재벌 기업,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나'에서 "재벌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잘되고 국민들도 잘 살게 된다는 믿음은 이제 허구다"며 "경제가 성장해도 재벌기업만 잘 살고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벌대기업이 잘되면 중소기업이 함께 잘 되고 경제가 성장하면 국민들도 함께 잘 살게 되는 한국경제를 만드는 시작은 재벌개혁이다"며 "가계 소득 증가가 경제성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임금상승이 낮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장하성 교수에 따르면 2000년~2014년 사이 국민총소득 가운데 가계소득이 6%포인트 줄었고 정부 소득도 1.4%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기업소득이 차지하느 비중은 7.4%포인트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 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의 절반도 못미쳤다. 국내총생산(GDP) 누적성장률 73%, 1인당 GDP 누적성장률은 62%를 기록했다. 반면 가계의 실질소득 누적증가율은 30%에 그쳤다.

장 교수는 재벌 대기업이 경제성장의 과실을 독차지했다고 밝혔다. 2013년 기준 재벌그룹에 속하는 100대 기업들의 순이익은 전체 기업 매출액의 59.6%를 차지했다. 전체 고용의 71.5%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순이익은 35.3%였다. 재벌 100대 기업들은 전체 고용의 4.1%를 담당했다.

장하성 교수는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이라는 두가지 불이익을 당하는 고용불평등도 줄여야 한다. 젊은이들을 1회용 노동자로 전락시키는 인턴제도를 없애고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며 "임금불평등과 고용 불평등이 함께 나타난 것은 재벌대기업 편중구조가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신광식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경제가 성장할 때는 대기업의 성공이 모두의 경제수준을 끌어 올렸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재벌들의 이익은 높아졌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이익은 높아지고 있지 않다"며 "양극화 문제가 심해졌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 참가자들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문제가 심각하다며 여러 해법을 제시했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수출기업의 초과 이익의 적지 않은 부분이 납품단가 후려치기에서 나온다"며 "한 중견기업인이 자기랑 거래하는 대기업이 망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단가 인하 문제는 심각하다"고 밝혔다. 정운찬 이사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동반성장이다"고 덧붙였다.

장하성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에 대해 징벌적 배상제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광식 교수는 "공정거래법 같은 수동적 방법으로는 경제적 약자를 도울 수 없다"며 "재벌 대기업을 제약하면서 경제적 약자의 경쟁력를 발전시킬 수 있는 적극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도 "이제는 성장을 당연시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수동적인 공정거래법만으로 재벌을 개혁할 수 없다. 이 외에 상법, 금융관련법, 세법, 도덕법 등이 보완적 관계를 이루는 새 규율체계를 만들어야 재벌 개혁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재벌·언론 유착 심각"

토론회 참가자들은 언론과 재벌의 유착이 심각한 점도 지적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에서 재벌문제를 아무리 지적해도 언론은 이를 기사화하지 않고 얼마후에 관련 기업의 광고가 지면에 등장하는 등 재벌이 광고를 통하여 언론을 장악하면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며 "국감 때 이슈가 된 신세계 차명주식 이슈도 기사 대신 이마트 광고가 나왔다"고 밝혔다.

김우찬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언론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에서 경험했듯이 광고에 의해 지배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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