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합권 제한적 등락…美 금리인상 속도 변수

채권시장은 내년에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7년 만에 금리 정상화로 가는 첫 발을 내디뎠지만 한국은행은 국내 경제의 저성장 추세를 감안했을 때 금리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 1.50%인 기준금리 동결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관건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이 글로벌 금융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 달러 강세로 급격한 '머니무브(Money Move. 자금이동)' 현상이 촉발될 경우 한은에서도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 채권금리 ‘상저하고(上低下高)’…4분기 3년물 2.00~2.05%

국내 채권시장에서 시장금리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에도 사흘 연속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지난 17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 이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1.726%로 전일대비 0.022%포인트 하락했고,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56%포인트 하락한 연 2.162%로 마감했다.

21일 국고채 3년물은 1.658%까지 떨어졌고, 10년물은 2.1%까지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채권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 또 유럽∙일본∙중국 등 주요국들이 양적완화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깜짝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점도 채권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이슬비 교보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던 미국 통화정책 우려가 해소되며 향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전까지는 국내 펀더멘털과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선웅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채권금리는 내년 상반기까지 하락세를 보이다가 6월 이후 연준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소폭 상승 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0월까지 안정된 흐름을 보이겠지만 연말에 다시 오를 것”으로 판단했다. 유 연구원은 “국고채 3년물 기준으로 내년 상반기 1.60~1.70%선을 유지하다가 6월 전후 1.90%, 4분기엔 2.00~2.05%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 美 연준, 추가 금리인상 나설 듯…속도에 유의

내년 미국 연준은 점진적으로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금리 정상화가 아닌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을 고려해 인상 속도를 결정할 전망이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인상의 실질적 경로는 데이터에 근거한 경제전망에 달려 있다”며 “첫 금리인상 후 금리 상승 속도는 비교적 완만할 것”임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에서 내년 한 두 차례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인상 시기와 속도에 대해선 엇갈린 모습이다. 박종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에도 미국 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가며 3월에 추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비 연구원은 “금리 향방은 물가상승률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며 “유가 하락, 달러 강세 등이 물가 하방압력으로 작용하는 만큼 금리인상은 2분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연말 기준 미국 기준금리는 연 0.75~1.25%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KDB대우증권은 1.00~1.25%,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는 각각 0.75~1.00%, 0.75%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등 글로벌 투자은행(IB)에서는 내년 3~4차례에 걸쳐 0.75~1.00%까지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한국은행의 금리정책 방향은?...'동결' 무게

내년 미국 연준에서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은은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금리인하 요구에도 불구, 저금리 부작용을 고민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따라서 금리인하란 특단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지 않다.

한은은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시장 안정을 면밀히 살피는 통화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국내외 경제 여건 불확실성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만큼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특히 전례가 없었던 양적완화와 제로금리가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자금 흐름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판단했다.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파급 영향이 금리결정에 주요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곧바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또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는 등 글로벌 경제의 위험 요소가 상존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한은이 금리정책을 활용해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내년까지 정책금리 동결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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