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 발표

자료=KIS-Va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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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 한계기업, 이른바 ‘좀비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 8.2%(1851개)에서 지난해10.6%(2561개)로 2.4%포인트 상승했다. 한계기업은 경쟁력을 상실해 더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기업을 뜻한다. 한은은 한계기업 중 과거(2005년 이후)에도 한계기업 경험이 있는 기업을 만성적 한계기업을 정의했다.
 

기업 규모별로 보면,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빠르게 상승했다. 전체 대기업 중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기간 중 4.2%포인트(6.6%→10.8%) 상승한 반면 중소기업은 같은 기간 중 2.1%포인트(8.5% →10.6%) 상승했다.

업종별로는 비제조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 상승 폭(2009년 10.8% → 2014년 13.6%)이 제조업(5.2% → 7.2%)보다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 비제조업 중에서는 운수, 건설 업종에서, 제조업 중에서는 조선, 철강 업종에서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만성적 한계기업이 보유한 자산 및 부채, 종사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 대비 각각 7.8%(239조원), 14.1%(차입금 및 상거래신용, 228조원), 5.4%(19.1만명)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비중은 2009년 말 대비 모두 상승한 것으로 특히 부채의 상승폭(4.8%포인트)이 상대적으로 컸다. 이는 부채 규모가 큰 일부 대기업들이 만성적 한계기업에 새로 포함됐기 때문이다.


한은은 만성적 한계기업 증가 원인으로 ▲기업 실적 부진 지속 ▲금융기관의 대출 관대화 경향 ▲기업 구조조정 지연 등을 꼽았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성 및 수익성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상황이다. 만성적 한계기업의 매출액은 2011년 이후 증가세가 둔화되다가 지난해 들어서는 감소(-5.4%)로 전환됐다. 매출액영업이익률도 마이너스(-)를 지속하며 계속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업종별로 보면 조선, 운수, 철강, 건설 업종을 중심으로 실적이 크게 악화됐으며, 이에 따라 이들 업종의 만성적 한계기업 비중(업체수 기준) 상승 폭이 전체 업종 평균을 상회했다.

또 만성적 한계기업은 수익성 부진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로 운영자금을 주로 외부차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처럼 만성적 한계기업이 외부차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금융기관의 회수유예대출관행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기관의 기업 신용평가 및 자산건전성 관리가 관대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구조조정 지연도 큰 문제다. 한은은 기업구조조정 제도 및 여건의 제약으로 만성적 한계기업의 경영정상화 또는 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채권은행의 구조조정 대상기업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실제 구조조정의 진행은 더딘 상황이다.

한은은 최근 국내외 경제 여건을 감안할 때 만성적 한계기업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만성적 한계기업이 늘어날수록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확대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면서 경제성장이 제약될 가능성이 높다. 또 만성적 한계기업은 재무상황이 취약해 대내외 충격 발생 시 대규모 부실로 이어지면서 금융시스템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효율적인 기업구조조정 추진을 통해 만성적 한계기업 등 부실 우려 기업들이 신속히 경영정상화 또는 퇴출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며 “채권금융기관의 구조조정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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