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악화에 지속적인 차입금 관리 중요해져

철강업계에서도 부채가 화두가 되고 있다. 글로벌 공급과잉으로 악화된 업황 탓에 부채 관리가 중요해졌다. / 사진=동국제강

 

철강 업계가 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철강 시장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는 반면 부채 규모는 쉽사리 줄지 않고 있다. 동부제철은 매각될 운명에 놓였고 동국제강은 업황 악화로 제철소 준공을 미루고 있다. 업계 2위 현대제철도 차입금 감소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성장하는 시장에서 부채는 자산을 늘리는 수단이 된다. 빚을 내 설비를 갖추고 생산된 제품을 팔아 부채를 갚는다. 이 과정이 끝나면 빚을 내 구입한 설비는 자산이 된다. 하지만 빚을 제할 이익이 나지 않는 경우 이 부채는 독이 돼 돌아온다.

국내 최대 전기로 제철 회사라 자부하던 동부제철은 이러한 이유로 매각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에 놓였다. 동부제철은 2007년 전기로를 건설하기 위해 1조3000억원을 차입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원료 자립 숙원을 이루는 출발점"이라 감격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철강 시장이 공급 과잉에 빠지면서 그 꿈이 좌절 됐다. 동부제철 채권단은 내년 초를 목표로 동부제철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동국제강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나이스신용평가는 17일 동국제강 장기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내렸다. 국내 조선업계 불황에 따른 실적 부진과 본사사옥 등 보유 자산 매각으로 재무적 융통성이 소진됐다고 판단했다. 향후 실적 부진 심화 시 재무 대응 여력이 제한될 것이란 예상이다.

동국제강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다. 동국제강 순차입금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3조4362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42.9%다. 빚에 대한 이자인 금융비용으로만 올해 3분기 누적 2586억원이 들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13억원보다 800억원 가량 증가했다. 3분기까지 벌어들인 영업이익 734억원으로는 이자를 전부 변제하지 못한다.

악조건 속에서 투자한 컬러강판 증설은 실적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동국제강은 빚이 많은 상태에서도 컬러강판에 투자했다. 동국제강은 부산공장에 내년 하반기까지 총 250억원을 투자해 연산 10만톤 규모 컬러강판 생산 라인을 증설한다. 올해 실적을 이끈 주역이지만 이 역시 업황이 악화되면 타격은 더 크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동국제강 브라질 제철소 준공 연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동국제강은 후판 업황 악화로7억3000만달러(약8000억원)를 들인 브라질 제철소(CSP) 준공도 미뤘다. 제품을 판매해서 얻는 이익보다 공장을 돌리는 생산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실제 후판 가격은 올해 상반기 톤당 63만2494원으로 2013년 76만5800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현대제철도 부채가 걱정이다. 현대제철 3분기 말 순차입금은 10조8000억원, 부채 비율은 103.8%다. 특수강 공장 설립과 동부특수강 인수 등 올해 자금 소요가 많았다. 지난 7월 현대하이스코 흡수 합병을 하면서 부채도 떠안았다.

자동차 강판 투자가 실적으로 되돌아오지 않는다면 재무상황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지난 2분기 기업설명회에서 차입금 상환이 최우선 목표라 말한 바 있다.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선 본업 경쟁력이 더 높아져야 한다. 하지만 철강 시황 악화와 현대하이스코 합병효과가 제대로 나지 않는 것이 걱정이다. 중국산 저가 철강재 유입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대제철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률은 8.10%로 합병 전 영업이익률 10.85% 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조강 생산량 1위 아르셀로미탈도 해외 공장 문을 닫고 있고 미국 2위 철강 생산 기업 US스틸도 직원을 해고 하는 등 업황 악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철강시장 구조적 공급 과잉이 해소 되기 이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한데 이 과정을 견디려면 지속적인 부채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준영 song@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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