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건의 경제하이라이트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6일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7년 동안 비정상 상태에 머물러 있던 금리를 정상 궤도로 돌리기 위한 조치다. 기준금리를 내리기 시작한 지 9년 만에 기조를 인상으로 바꾸는 첫 시도이기도 하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이번 금리인상에 대해 ‘옐런(연준 의장)의 역사적 도박’이라고 사족을 달았다. 연준의 결정을 자기들 ‘색안경’ 너머로 본 것이다.

이날 연준의 정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금리인상 발표 직후 뉴욕증시의 주가가 급등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동안 전문가라는 이들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주가가 폭락하고 경기가 급랭할 거라며 겁을 줬던 것과는 정반대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시장 전문가나 언론이 사람들을 오도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 대부분은 전문가라고 나서지만 사실 사이비인 경우가 허다하다. 아니 그들 스스로 사이비인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

사실 시장 이코노미스트들 대부분은 현실에 맞지 않는 경제학을 배웠고 그 틀로 세상을 재고 있다. 지나치게 이론에 매몰되어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들이 허다하다. 그런 오류는 경제학 창시자들부터 범했던 것이라서 사실 새삼스런 것도 아니다.

고전파 경제학자 토마스 맬더스는 시대의 한 단면만을 보고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가 파멸을 맞을 수도 있다는 내용의 ‘인구론’을 썼다. 영국의 철학자 토마스 칼라일은 그 책을 보고 경제학을 ‘음울한 학문’으로 규정했다. 그런 대선배의 실수를 보고도 오늘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세상을 지나치게 비관론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큰 그림을 보지 않고 단편적인 부분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바꾸는 금리 인상

옐런의 연준이 금리를 올리기 전 세계 경제는 비정상 상태에 놓여 있었다. 자본주의 세계의 가격결정 시스템인 금리가 0%라는 것은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초수학에서 분모가 ‘0’인 것을 ‘불능’이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일부 못된 전문가들은 0% 금리도 부족하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요구하기까지 했다. 망가진 경제시스템을 살리자는 게 아니라 아예 깨버리자는 요구였다. 가격 결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가 돈을 나눠줘야 하고 그건 이미 자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금리를 올렸는데 주가가 상승한 것은 시장에 여전히 돈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금리는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이며 그만큼 추가로 올릴 여지가 있음을 뜻하기도 한다.

시장의 책임과 자신감 회복 주문해야

그런데도 경제가 잘 돌아가지 않은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지나치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기로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손실을 입었던 사람들이 섣불리 나서려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들이 자신감을 상실한 이면에 지나치게 큰 비관론자들의 목소리가 있었음도 간과해선 곤란하다.

그들이 진짜 비관론자인지, 저금리로 특혜를 입던 위장된 비관론자인지 따질 필요는 없다. 시장 참여자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자신감만 찾는다면 현재 기준금리도 충분히 낮다는 것을 알려야 하는 게 지금 각국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점에서 옐런 의장은 시장의 눈치를 보면서 ‘점진적(gradual)’이란 단어를 쓰는 대신 당신들의 ‘자신감(confidence)’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야 했다. 시장의 책임을 요구할 필요도 있었다. 그 동안 시장 참여자들, 특히 거대금융기관들은 스스로 할 일은 하지 않고 정부에 기대려고만 했다. 특허 받은 ‘금융기관’의 책임을 망각하고 무기력하게 단물만 빨아먹으려고 했다. 그들에게 정부(국민)는 해줄 만큼 했으니 이제 당신들이 나서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시장에 대해 ‘부채관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거기에 덧붙일 게 있다. 시장 참여자들의 자신감과 책임도 주문해야 한다. 지금 한국의 금리도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고, 돈도 충분히 풀린 상태이기 때문이다.                                                                                                                                                        정진건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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