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불확실성 해소 vs 단기 충격 견딜까?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 사진=뉴스1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에서 마침내 금리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8년 12월 이후 제로 수준을 유지했던 기준금리를 7년 만에 인상한 것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0.0~0.25%에서 25bp(1bp=0.01%) 인상한 0.25~0.50%로 결정했다.

자넷 옐런 연준 의장은 “금리정책 기조로 삼고 있는 고용 여건이 개선됐고 물가가 중기목표치인 2%로 오를 것”이라며 금리인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옐런 의장은 “금리인상의 실질적 경로는 데이터에 근거한 경제전망에 달려 있다”며 ‘점진적 금리인상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금리인상은 호재와 악재가 공존하는 것으로 인식된다. 통상적으로 금리인상이 증시에 단기간 악재로 작용하지만 장기적으론 견조한 펀더멘털을 뒷받침하며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향후 점진적 금리인상 가능성과 경기회복 기대감 등에 힘입어 상승 마감했다. 시장의 불안심리도 한층 완화된 모습을 보였다. 국내증시는 금리인상 우려가 상당부분 선반영된 점을 감안할 때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달러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 현상은 향후 과제로 남게 됐다.

◇ ‘머니 무브(Money Move. 자금이동)’ 가속화되나?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국내증시에서 자금 유출 현상이 지속될 전망이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며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지난 달부터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물을 쏟아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11거래일 연속 매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외국인 순매도 금액은 2조8029억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로 인해 외국인의 귀환 시기도 늦춰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예고된 이벤트로서의 영향력은 완화됐지만 국내증시에서의 매물 소화 과정은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 기조 전환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코스피 상승 시도 지속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벨류에이션이 박스권 상단에 위치한 가운데,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달러화 강세에 따른 외국인 매도 기조 지속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상으로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 둔화될 가능성도 일부 제기되고 있다.

박정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임에 따라 국내시장에서의 자금 유출이 심화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4년 미국의 금리인상 이후 국내증시의 자금 유입 강도는 강화됐다”며 “곧바로 외국인 자금 이탈로 연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 달러 강세∙채권 금리 상승…변동성 확대 가능성 높아

연준의 금리인상이 달러 강세와 채권 금리 상승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도 높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가 견조한 펀더멘털을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지만 역사적으로 신흥국들의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1980년대 남미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달러 부채를 진 기업과 국가가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달러 강세로 국내 경기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과거에도 달러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을 때 신흥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만큼 이는 국내경제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기업 부채가 경기 침체의 뇌관을 건드릴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서향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이 이미 노출된 재료로, 인상 강도도 약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고 있지만 신흥국 통화가치, 채권 가격 하락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이번 금리결정이 초래할 수 있는 변동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단기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준에서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밝히면서 인상 속도가 둔화될 경우 달러 강세도 주춤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HSBC은행은 연준이 기준금리를 천천히 올리는 ‘비둘기파’식 인상을 한다면 내년 달러 가치는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 달러화 표시 자산 하락세…국제유가 하락폭은?

연준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달러 강세로 인한 국제유가 하락세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제유가는 30달러대로 추락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대비 1.83달러(4.9%) 하학한 35.52달러에 마감했다.

유가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도 여의치 않다. 중동과 미국 등 산유국들의 ‘치킨게임’ 양상으로 전개되며, 공급 과잉이 장기화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에 기인한 유가 하락세가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원유 생산 원가가 약 27달러 선임을 감안할 때 이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변수 특성상 일시적으로 20달러선으로 떨어질 잠재적 위험은 높다”고 덧붙였다.

◇ 불확실성 해소…코스피 반등 가능성도

미국의 금리인상 ‘후폭풍’ 가능성에도 불구, 일단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를 두며 코스피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코스피가 달러 강세, 국제유가 하락, 중국의 경기 둔화, 신흥국 위기 등 대외 변수에 휘청거리고 있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은 이미 예고된 이벤트로서 부담은 덜어냈다는 분석이다. 연준의 금리인상 결정으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짧은 기간에 급격한 가격 조정을 거치며 선제적 조정 흐름을 보였다”며 “1900선을 밑돌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이후 상황 반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금리인상 속도가 매우 느릴 것임을 시사한 연준의 발언에 비춰볼 때 시장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금리인상이 리스크를 높일 것이란 주장도 나타나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일시적 반등 가능성도 엿보이지만 그리 오래 가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글로벌 저성장,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과 기업 부채 우려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결국 이는 또 다른 불확실성을 낳게 됐다”고 지적했다.

 

 

하장청 기자 jcha@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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