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위축, 원자재 가격 하락, 해외 환율 변수 등 간접적인 영향이 문제될 가능성 높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를 올린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들 업계 모두 금리 인상으로 인한 환리스크(exchange risk) 등 직접적인 영향보다 투자 위축, 원자재 가격 하락, 해외 환율 변수 등 간접 영향이 문제가 되고 있는 까닭이다.

◇ 철강업계, 수요 산업과 중국 위안화에 미칠 영향에 ‘주목’

철강업계는 셰일오일 산업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까 걱정이다. 국내 철강 업체들은 미국 셰일 산업 호황으로 채굴에 필요한 강관을 수출을 늘려 왔다. 현대제철만 하더라도 지난해 유정용 강관 수출액이 약 3300만달러(약 388억원)에 달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철강업계 강관 수출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미국 셰일 업체들은 돈을 빌려 원유를 생산하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커진다. 더구나 달러화 강세로 인해 국제 유가가 더 하락하면 이들 채산성은 더 낮아진다.

실제 미국 셰일업계 위기는 통계가 잘 보여준다. 영국 경제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는 올해 상반기 미국 셰일업계가 320억 달러(약 38조4000억원) 적자를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미국 셰일업계 총부채가 2010년 810억 달러(95조5232억원)에서 올해 6월 1690억 달러(199조3016억원)로 2배 넘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투자 자산이 줄어드는 것 자체도 문제다. 철강 산업은 구조적으로 수요 산업인 자동차·건설·조선 등 업황에 실적이 좌우된다. 이들 산업에 투자 자금이 몰려야 철강 산업도 숨통이 트인다. 글로벌 철강재 공급 과잉으로 신음하는 국내 철강 산업에 수요처 마저 줄면 타격이 크다.

중국이 미국 금리 인상에 맞춰 위안화 평가 절하를 하는 것도 철강업계 고민거리다. 이미 중국 중앙은행인 런민(人民)은행은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작년부터 6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4차례의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은 앞으로도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해 미국 금리 인상과 나란히 환율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수출 업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다. 같은 달러로 살 수 있는 중국 기업 물품이 더 많아지는 까닭이다. 이로 인해 중국의 수출품 가격이 기존보다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값이 떨어진 중국산 철강과 해외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탓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철강업계는 생산량 중 35~40%를 수출한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원화 가치도 떨어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상쇄되는 측면은 있다. 하지만 이미 중국 철강재는 값이 싸다. 여기에서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지면 국내 철강 업체가 만든 제품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경영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앞으로도 금리 인상을 진행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이에 대비해 위안화 평가절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 철강 산업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 석유화학업계 “저유가는 좋지만 수요 침체는 두려워”

석유화학업계도 미국 금리 인상 여파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이 유가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가 중요해졌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3분기까지 저유가로 인해 원료비 절감 효과를 봤다. 원료인 납사(Naphtha) 가격은 떨어진 반면 제품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4분기 들어서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석유화학 제품 수출단가가 10월 톤당 1390달러에서 지난달 1018달러로 26.8% 줄었다. 이로 인해 지난달에만 석유화학제품 전체 수출액이 24%(9억 달러)가 감소했다. 정부는 올해 수출액이 지난해 대비 21.7% 감소한 377억달러(약 44조4520억원)로 예상하고 있다.

제품 가격 하락과 함께 글로벌 수요 부진이 겹치는 것이 문제다. 저유가로 인해 원료비 절감 효과를 내기 위해선 수요가 뒷받침 돼야 한다. 줄어든 스프레드(제품과 원료 가격 차이)로 호실적을 내기 위해선 그만큼 많이 팔아야 한다.

하지만 미국 기준 금리 인상으로 달러 역시 투자처에 머무는 힘이 줄었다. 중동국가들은 저유가로 인해 재정 압박이 심해지자 투자자산을 회수하고 나섰으며 석유화학 수출 40%를 차지하는 중국은 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투자가 경색돼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역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국제유가가 40% 가까이 하락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제품 가격도 떨어졌다. 하지만 수출 물량이 개선되지 않았다”며 “이는 제품 가격이 더 떨어 질 것이라는 판단에 구매를 미루는 수요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으로 중국 등 신흥국이 수요 침체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송준영 song@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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