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소통을 얘기하지만 진짜 소통하려하는 것 같지 않다." (보배드림 회원 송동석 씨)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합리적인 선에서 고민해보겠다." (곽진 현대차 부사장)

14일 현대자동차는 서울 더 케이 호텔에서 2시간 동안 ‘보배드림’ 회원 100명과 공개 토론회를 벌였다. 진행자가 보배드림 회원들로부터 받은 사전질문을 말하면 곽 부사장이 답을 이어갔다.

시작은 좋았다. 곽 부사장은 “행사에 오기 전 현대차와 관련된 글을 봤더니 악플 일색이더라”며 “터놓고 얘기해 보자. 오늘 한 번 (나쁜 이미지를)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안티 현대’를 자청하는 보배드림 회원 몇명은 웃음을 터뜨렸다.

훈풍은 거기까지였다. 행사가 진행될수록 곽 부사장의 발언은 길어졌고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누구나 예상 가능했던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몇몇 사전질문 뒤에는 현대차가 각본대로 준비한 영상이 켜졌다. 영상이 수분 이어지자 일부 보배드림 회원은 눈을 감았다.

곽 부사장이 이날 가장 많이 뱉은 말은 ‘노력하고 있다’와 ‘개선하겠다’였다. 유일하게 나온 구체적인 개선방안은 내년 차량화재 관련 합동 사고조사단을 꾸리겠다는 발언 뿐이다. 그 외에는 원론적인 수준의 ‘착한 답’에 그쳤다.

사전질문 대신 날선 즉석질문이 오가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참석자가 ‘박병일 명장 고소건’ 문제를 묻자 곽 부사장은 “공식적으로 답하기 어렵다”며 말끝을 흐렸다. "제네시스 지향점이 외국 브랜드와 유사하다"는 지적에는 마이크를 다른 간부에게 넘겼다. 앞서 사전질문에서의 유려한 답변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결국 행사 말미 불만은 고조됐다. 곽 부사장의 거듭되는 회피성 답변에 보배드림 회원이 “현대차가 쉬운 길을 굳이 어렵게 간다”며 “결국 소통이 아닌 통보와 다름 없다”고 일갈했다. 분위기가 얼어붙자 현대차는 허겁지겁 행사를 종료시켰다. 몇몇 회원들은 곽 부사장과의 사진촬영을 거부하고 자리를 떴다.

모든 이름에는 지은이의 소망이 담긴다. ‘마음드림’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고객들과 소통하겠다는 진실된 마음을 드리고 싶었을 게다. 그 대상을 안티로 지정했다는 용감함에는 박수쳐주고 싶다. 다만 그 끝이 좋지 않았다면 새삼 오래된 명언을 곱씹어 볼 일이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는 그것이 잘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착각이다.” (영국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
 

박성의 기자 sincerity@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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