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기준 모호해...부실징후 보이는 해운조선업 적용여부 불확실

기업활력제고법 적용 대상에 해운 조선업이 포함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해운 조선업은 기업활력제고법(이하 원샷법)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다.

 

국회 및 재계 전문가들은 “원샷법은 정상기업 대상이므로 부실징후를 보이는 해운조선업이 원샷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공급과잉산업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가장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해운 조선업은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해운조선업의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샷법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구조조정이 가장 필요한 해운조선업이 원샷법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에 원샷법이 필요한 기업은 배제시킨 이른바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부실기업은 대상 제외하고 공급과잉 산업기준 “오리무중”

원샷법은 기존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와는 달리 정상기업들이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주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발의됐다. 부실징후를 보이는 기업이나 이미 채무조정에 들어간 기업은 기존의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또는 통합도산법 적용을 받는다.

이에 부실위기에 처한 해운조선업은 원샷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선업계 1위인 대우조선도 3분기까지 4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원샷법은 정상기업 중에서도 공급과잉 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특별법이다. 단, 원샷법은 공급과잉 산업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어 원샷법 통과로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기대를 거는 정부 입장과 상반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원샷법의 적용 프로세스를 보면 공급과잉업종이 어느 업종이라는 게 전혀 지정이 안 되어있어 통과되더라도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사실상 ‘소규모 합병’ 아니다"

원샷법이 통과되면 주주총회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의 승인만으로 합병이 가능한 회사가 대폭 늘어난다. 이사회는 대부분 기업 오너의 측근으로 구성되므로 경영자 입장에선 합병이 훨씬 쉬워지는 셈이다. 현행 상법상 ‘소규모 합병’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합병 후 새로 발행되는 주식이 기존 주식수의 10%를 넘지 않는 ‘소규모 회사’는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승인만으로 합병이 가능하다. 이를 20%까지 완화하자는 게 원샷법이고 합병 절차를 간소화해서 사업재편을 빠르게 하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어 시총 200조원인 삼성전자의 경우 시총 20조원인 삼성SDS 두배 크기의 회사조차 주주동의를 구하지 않아도 합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소규모 합병 기준은 이미 2011년 5%에서 10%로 완화됐는데 이를 다시 20%로 완화하는 것이어서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기업 경영승계를 쉽게 하고 지배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원샷법은 소규모 합병 기준을 20%로 완화하자는 것인데 이를 삼성전자의 경우에 비춰보면 40조가 넘는다. 한국기준으로 꽤 큰 회사”라고 말했다. 말이 소규모합병이지 실제로는 꽤 큰 회사”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합병을 하려면 주총에서 특별결의를 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요건이 까다롭다. 작은 회사를 합병하는 경우나 피합병회사의 지분 대부분을 합병회사가 갖고 있을 경우에는 굳이 주총까지 갈 필요가 없이 간단히 이사회로 가자는 규정이 현행 상법에도 있다”고 말했다.

◇ "심의위원회 제 기능 못해“ 우려도

원샷법 대표발의자인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대기업 경영승계나 재벌총수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부분들은 심의위원회나 주무부처 장관이 계획을 절대 승인할 수 없도록 10조 2항에서 금지하고 있다. 지난 공청회 때 이 부분을 좀 더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샷법에는 민관합동 심의위원회가 원샷법 적용대상인지를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참여연대와 경제민주화네트워크 등의 시민단체와 야당은 심의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 교수는 “원샷법보다 더 까다로운 조건으로 심사하는 국민연금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때 본부차원에서 승인을 해버렸다”고 말했다. 위원회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얘기다.

또, 정부 수정안에는 대기업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승계 목적의 합병은 이사회의 승인을 금지하는 규정이 추가됐지만 ‘물타기 규정’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승계 목적의 합병을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탓이다.

임시국회에서 원샷법을 두고 여야가 재격돌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의원의 탈당으로 원샷법 통과가 불투명해졌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정의화 국회의장을 통한 직권상정 카드가 남아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본회의 상정 후에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정부 수정안 그대로 통과된다.
 

정지원 기자 yuan@sisabiz.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