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표시 부채 많아 재무 압박···파생상품 통해 환리스크 제거 노력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에 국내 정유업계와 항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달러 표시 부채가 많아 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 사진=SK이노베이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점쳐짐에 따라 국내 정유업계와 항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구조적으로 달러 표시 부채가 많아 금리 인상 시 이자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국내 정유 업체들은 원료인 원유를 해외에서 전량 도입한다. 원유 거래는 달러로 대량 거래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화 부채가 발생한다. 이 외에도 해외 설비 투자, 석유 개발 사업 등으로도 달러 부채가 생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달러 표시 부채 이자 부담이 높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말 달러 표시 부채가 35억777만달러(약 4조1737억원)에 이른다. 2분기 67억6873만달러에서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환위험에 놓여있다. SK이노베이션은 달러 강세로 인해 3분기 누적 2013억원 외화환산손실을 입었다.

GS칼텍스도 환율 변화에 취약하다. 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5478억원 환차손을 경험했다. 올해 1분기부터 누적된 환차손만 하더라도 1조835억원에 달한다.

정유업계는 환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외화 파생상품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미래 특정 시점에 계약된 통화를 사거나 파는 통화 선도 계약 등의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기준 226억원 규모 통화선도 계약과 18억원 규모 통화스왑 등을 체결했다. GS칼텍스도 154억원 규모 외환스왑매입계약 2건과 2조3000억원 규모 외환스왑매도계약 40건을 운영 중이다.

항공업계도 미국 금리 인상이 치명적이다. 항공사들은 외화를 차입해 비행기를 구매한다. 한 번 구매할 때 대량 매입 하는 까닭에 외화 표시 부채 규모가 크다. 이렇다 보니 항공업계는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누적 2620억원 외환차손을 기록했다. 대한항공의 9월말 기준 달러 표시 차입금은 약 10조759억원에 이른다. 외화부채 규모가 큰 만큼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빚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에만 외화부채 환산 손실이 6714억원 발생했다.

아시아나항공도 미국 금리 인상 여파를 비껴가기가 힘들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기준 1조1550억원 규모 달러 부채를 가지고 있다. 반면 달러 자산은 1592억원 정도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원화 약세 영향으로 외화 환산 차손이 1367억원 발생하며 순손실을 입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면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3분기 부채 기준 금리가 100베이시스포인트(bp, 1%P에 해당) 인상 시 236억원 규모 이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금융 전문가 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결과 내년 세 차례에 걸쳐 75bp의 금리인상한 뒤 2017년에는 100bp를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이자보상비율(배)은 0.7배다. 이는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갚지 못하는 수준에 이른 것을 의미 한다”며 “이는 다른 항공사도 마찬가지다. 미국 금리가 인상하면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라 밝혔다.

 

송준영 song@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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