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상황, 2000년 초반 카드대란 당시와 유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5~16일(현지시각)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세계 경제는 팽팽한 긴장상태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 불가피하더라도 한국은 충격을 최소화하도록 즉각적 인상을 피하고 장기 시중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재닛 옐런 미연준의장은 지난 11월 하원청문회에서 12월 FOMC 미팅 때 금리를 올릴 수도 있음을 재확인했다. 그 근거로 미연준은 세계경제 불확실성이 9월 이후 빠르게 해소되고 있고, 미국 국내 고용지표도 올해 초에 비해 상당히 개선된 점을 꼽았다.

실제로 미국 실업률은 올해 1월 5.7%에서 10월에는 5%까지 떨어지며 계속 낮아지고 있다. 3분기 GDP성장률이 지난 2분기보다는 낮긴 하지만 성장세는 뚜렷한 편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앞으로 몇 번의 금리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FOMC 기자회견 자료에 따르면, 미국 금리는 2018년 말 3.25~3.5% 수준에 이를 전망이다.

◇한국경제 상황, 2000년 초반 카드대란 당시와 유사

한국경제연구원은 현재 한국 경제상황이 미국 금리 인상과 한미 간 금리 차 확대로 시장불안이 가중됐던 2000년대 초반과 유사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경연은 지난 13일 ‘미국 금리인상에 대비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통해 미국 금리인상에 대응한 즉각적 금리인상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미국 금리인상 이후 한국도 금리인상은 불가피하지만 한-미 간 금리차이가 확대되는 것은 피할 수 있도록 금리인상 타이밍이나 인상 폭의 비동조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999년 이후 코스피 수익률 변동성과 거시변수들 간의 관계 분석을 통해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한 한국 주식시장의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한경연은 분석결과 1999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 리스크(systematic risk)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VIX)를 제외하면, 미국금리와 한미 간 금리차이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1999~2003년, 2003~2008년에 예상치 못한 변화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대외부채 경감 및 경기 회복 등을 위해 묻지마식 기술금융과 신용카드 발급 등 급속한 신용확장 정책을 취했다. 보고서는 그 결과 닷컴버블 붕괴와 2003년 신용카드 대란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대외적으로 미국금리가 오르고 한미 간 금리차이가 확대된 시기다. 한경연은 해당 시기에 코스피 수익률의 변동성으로 표현되는 주식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더욱 커졌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에 한경연은 현재 한국 경제상황이 2000년 초반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내수 진작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부동산버블과 가계부채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훈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국 금리인상으로 인해 전이될 수 있는 금융불안을 줄이려면 미국 금리인상에 한국 통화당국이 즉각적으로 동조화하기보다 한미 간 금리차이를 염두에 두고 인상폭과 시점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 금리 상승시, 국내 장기금리 상승 우려


미국 금리인상에 따라, 한국 장기금리가 따라 오르고 가계와 기업 부채가 부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과 최문박 책임연구원은 지난 9일 ‘현실로 다가온 미국 금리 인상, 외환시장 불안보다 시중금리 상승 부담’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미국 정책금리 인상 이후에도 한국의 단기 정책금리는 당분간 국내경기, 물가 상황에 근거해 미국과 독립적으로 결정될 수 있지만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국내 경기 개선과 이에 따른 가계 소득 및 기업수익 증가를 동반하지 않으면서 외부적인 요인으로 가계나 기업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면 부채의 부실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이 미국 금리와 한국 금리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단기금리 간의 연계성은 높지 않았지만,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 연계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과 미국 금리의 단순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1일물과 3개월물 금리의 상관계수는 0에 가깝지만 3년물은 0.18, 10년물은 0.5로 높아졌다. 특히 연구원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1%포인트 움직일 때, 국내금리는 0.42%포인트 움직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과 최 연구원은 “미국 금리 인상 시기에 국내 금융시장이나 국내 경제가 외부 충격에 휘둘리지 않게 하려면 국내외 투자자금의 흐름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해야 한다”며 “국내 금리가 과도하게 상승하지 않도록 신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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