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실현∙고평가 논란에 ‘주춤’…내년 전망은 ‘맑음’

사진=한미약품

 

제약∙바이오주의 고공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유가 하락과 달러 강세 여파로 증시에서 자금 이탈 현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벨류에이션이 높은 제약∙바이오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 신약 출시, 기술 수출 계약 등의 호재에 휘파람을 불었던 제약∙바이오주에 한파가 찾아왔다.

◇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동반 부진…’빛 바랜 호재’

11일 한미약품은 3만7000원(5.31%) 하락한 66만원에 마감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60만원대로 주저 앉았다.

신규 수익창출원에 대한 불확실성, 벨류에이션 고평가 논란 등이 주가 하락의 도화선이 됐다. 또 한미약품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에 대한 검찰 수사 등이 주가 하락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한미약품 주가는 87만7000원까지 뛰며 연초대비 768%의 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5조원 규모의 당뇨 치료제 포트폴리오 ‘퀀텀 프로젝트(Quantum Project)’ 기술 수출 계약이 호재로 작용했다. 얀센과도 1조원대 계약을 맺었다.

한미약품 주가가 뛰면서 모회사인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덩달아 춤을 췄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법 이익 상승과 기술 수출료 유입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연초 1만5200원에 머물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지난달 9일 21만8000원까지 오르며, 1334%의 주가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날도 한미사이언스는 8500원(6.42%) 떨어진 12만4000원에 마감했다. 고점 대비 43%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했다.

김윤서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 등 대외 불안 요인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고 있다”며 “이런 국면에서는 벨류에이션이 높은 종목들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 제약∙바이오주, 코스닥시장에서도 ‘뭇매’


제약∙바이오주는 코스닥시장에서도 부침을 겪고 있다.

지난달 5만원을 웃돌던 코미팜 주가는 이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보이며 3만925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달 초 23만원을 넘었던 바이로메드도 17만4000원으로 내려왔다. 코오롱생명과학, 메디톡스 등도 풍파를 맞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미약품의 기술 수출 이후 제약∙바이오 종목들의 향후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주가가 랠리를 보였지만 실적 전망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종목들은 기관의 차익실현 물량 출회 뿐 아니라 양도세 부담도 더해지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내년부터 주식매매 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강화되고 대주주 요건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안에 차익실현에 나서는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 내년 전망은 밝아…기술 이전 계약 수출 탄력 받을 것

하지만 증권업계는 제약∙바이오주의 내년 전망을 더 밝게 보고 있다. 올해 기술력 재평가가 잇따라 호평을 받았고 내년엔 해외 기술 이전 계약 수출에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근희 대신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기술 이전 가능성을 타진하며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 모멘텀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을 톱픽(Top pick)으로 꼽았다.

한미약품의 4분기 실적 전망도 눈길을 끈다. 매출액은 전년동기대비 93.6% 증가한 4096억원, 영업이익은 368.1% 늘어난 1615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18.8% 증가한 1380억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1조 클럽’ 가입도 눈앞에 두고 있다. 4분기 실적 예상치를 반영했을 때 올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49.3% 증가한 1조136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 녹십자에 이은 괄목할만한 성과로 남게 된다.

이승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제약∙바이오,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업종들의 실적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장청 기자 jcha@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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