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랠리 힘 잃어…수익률 관리에 무게 둬야

한국거래소 전경 / 사진=뉴스1

 

코스피 하락폭이 늘어나며 연말 특수에 대한 기대감도 물거품이 됐다. 지난 3일 2000선이 붕괴된 이후 불과 4일 만에 1950선마저 내줬다.

9일 코스피는 0.80포인트(0.04%) 하락한 1948.24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하락 변동성에 대한 경계감을 유지하는 한편 수익률 관리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한풀 꺾이며 되레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코스피의 높아진 변동성에 시장은 좀처럼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00선 중반에서 기술적 반등 가능성은 높지만 미국 금리인상, 국제유가 하락, 달러 강세 등 대외 변수 영향력에 휘둘리며 상승 모멘텀 부재 속 수급 불안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세가 한층 강화되며 기간조정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

◇美 금리인상, 달러 강세 가속화


우선 연말 랠리 효과가 희석된 원인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 인상이 꼽힌다.

지난주만 해도 미국 고용지표가 호조세를 보이며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됐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추가 양적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발언 역시 증시에 호재로서의 영향력이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주 들어 시장참여자들은 호전된 고용지표 발표 이후 미국 경기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보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리인상이 가져올 달러 강세가 국내증시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이 기정사실화되며 달러 강세, 채권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달러 강세로 국내경제가 심각할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엿보인다. 과거에도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졌을 때 신흥경제가 외환위기를 겪었던 사례가 많았던 만큼 미국 금리인상 이후 강달러 흐름으로 전개된다면 국내경제 위기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달러 강세는 미국 경제의 강한 펀더멘털을 보여주는 증거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신흥국들의 혼란을 초래하는 신호탄이 되기도 했다. 지난 1980년대 남미 금융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등이 대표적이다. 달러 강세가 진행되며 달러 부채를 진 기업과 국가가 제때에 달러부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 상황에 직면하며 국가적 위기를 겪었다.

국제유가 하락…역사적 저점 수준 근접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부담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에서 감산 합의에 실패한 이후 국제유가는 40달러선 마저 무너졌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일대비 14센트(0.4%) 하락한 배럴당 37.51달러에 마감했다. 지난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다. 이처럼 유가가 역사점 저점 수준에 근접해 있지만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추세적인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연준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달러화 표시 상품자산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달러 강세로 촉발된 유가 하락세가 자칫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균 원유 생산 원가가 약 27달러 내외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가격변수 특성상 일시적으로 20달러선까지 하락할 잠재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수급 불안 장기화…외국인 귀환 언제쯤?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하루를 제외하고 엿새째 1조원 넘는 매물을 쏟아냈다. 지난 1일부터 이날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 규모는 1조3884억원에 달한다.

지난주에도 외국인은 1조3000억원 순매도를 기록하며 4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전환이 지연되면서 코스피 상승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개인만이 나홀로 지수를 받치고 있지만 지수 회복으로 연결되기엔 역부족이다. 따라서 수급 불안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는 한 외국인의 귀환 시기도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랠리보다는 박스권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 가담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며 “연말 코스피 상승 시도 지속성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성 장세…중∙소형주 중심의 틈새 전략

 

변동성 장세 속에서 다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내외 변수 영향력이 확대되며 지수와 상관관계가 높은 대형주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소형주가 보다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계절적으로 ‘1월’에는 중∙소형주가 강세를 보였던 만큼 선취매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내년에도 중국 경기 침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금 이탈, 원자재 가격 하락 등 불확실성이 증시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준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며 “대외 변수의 영향력을 덜 받는 내수주와 중∙소형주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환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2월 증시에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을 주문했다. “대형주보다 소형주가 강세를 보이는 1월 효과를 감안했을 때 연말로 접어든 지금, 중∙소형주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장청 기자 jcha@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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