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배구조 개선·투자자 이익 보호 목적

 

내년부터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이 강화됨에 따라 투자자 이익 보호와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가 개선될 전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를 위한 행동 강령이다. 목적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일반 주주의 이익 보호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해 기관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토록 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소수 대주주들의 독단적 경영으로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거나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는 논란이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한국전력 부지 고가 매입,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주 피해 등이 그 예다. 이 때마다 국내외 투자자의 해당 기업과 지배구조에 대한 신뢰 문제가 제기됐다.

김호준 대신 경제연구소 실장은 "기관투자자들이 제도적·관행적 요인으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다"며 "이에 따른 기업 지배구조의 불확실성 등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20%나 됐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반영해 내년초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추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기업지배구조원 등으로 구성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TF(태스크포스)는 지난 2일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안)'을 밝혔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초안의 7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상충 방지정책 제정·공개 ▲투자대상회사에 대한 지속적 점검·감시 ▲수탁자 책임 활동 수행에 관한 내부지침 마련 ▲의결권 정책 제정·공개, 의결권 행사내역과 그 사유 공개 ▲의결권 행사, 수탁자 책임 이행 활동의 보고·공개 ▲수탁자 책임의 효과적 이행을 위한 역량·전문성 확보 등이다.

이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명확한 방침을 책정하고 공표해야 한다. 투자 대상 기업의 이해상충 문제에 대해서도 방침을 책정·공표해야 한다. 또 투자 대상 기업을 점검하고 문제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실행시 투자자 이익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면 투자 대상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해 중장기 성장을 이룰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주주들의 이익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민경 연구위원에 따르면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의 중장기 발전과 주주 이익을 끌어올릴 책임이 있다. 자산을 위탁한 고객 이익을 위해야 하고 주식 소유자로서 투자 대상 기업의 자산 운영을 감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이사회 활동을 점검하고 주주활동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김호준 실장은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야 기관투자자의 소극적 의결권 행사 관행이 바뀔 수 있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소수 주주의 독단 경영을 견제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일반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투자자들은 지금껏 수탁자 책임에 소홀했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2년~2014년 3년간 민간 기관투자자의 주총안건 반대율은 0.4%, 0.9%, 1.4%로 저조했다. 반면 외국 기관투자자의 국내기업 대상 반대율은 각 기관별로 4.22%~20.98%에 달했다.

기관투자자가 의결권 행사를 소홀히 한 이유는 수탁자 책임 인식 미흡, 투자 대상 기업과의 특별관계, 의결권 행사 비용 부담 등이 꼽힌다.

정윤모 연구위원은 "기관투자자는 투자대상 기업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적극적 관여 활동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자산운용회사, 신탁회사,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자는 투자 대상 기업과의 거래 관계에 있어 이해상충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결권 행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있고 중소형 기관투자자는 의결권 행사 지원조직과 분석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의결권 자문서비스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준영 기자 lovehope@sisa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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