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등 내년 원유 가격 배럴당 20달러로 예측하기도
국내 정유 업체가 내년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정유업계 예상과는 다르게 연일 유가가 통제력을 잃고 하락하고 있는 탓이다.
국제 유가가 2009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2016년 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5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유가보다 2.32달러(5.8%) 떨어진 수치다.
유가가 더 떨어질 거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내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셰일가스와 중동산 원유 간 경쟁이 더 심해지고 중국 등 주요 소비국 수요가 줄고 있어서다. 당시 업계에선 지나친 예측이라 여겼지만 이제는 배럴당 20달러가 가시권에 왔다.
유가 급락에 정유 업체는 셈법이 복잡해졌다. 저유가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정제마진(석유 제품 가격에서 운영 비용과 원자재 비용을 빼고 남은 이익)이 견조했다. 낮은 유가로 원료 비용이 줄었다. 판매하는 제품 가격은 떨어졌지만 그만큼 수요가 살아났다. 이러한 이유로 정제마진이 개선됐다.
국내 정유 업체들에겐 유가 급락 상황은 반갑지 않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는 원료인 원유를 전월에 사고 제품은 그 다음 달에 판다. 유가 급락 상황에서는 원유를 비싸게 사고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므로 수익성이 떨어진다. 정유 업체 수익 지표인 정제 마진이 줄어든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내년 유가를 배럴당 40~50달러로 예상했다. 여기에는 ‘이란산 원유가 늘 경우’라는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이란산 원유가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지 않았음에도 국제 유가는 배럴 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있다. 유가가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도 상황이 좋지 않다. 에쓰오일은 원료 전량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 회사 아람코로부터 수급 받고 있다.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분 63.41%을 갖고 있는 까닭이다. 에쓰오일은 남미와 아프리카 등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료 효율화에 어려움이 있다. 이는 경쟁사들이 낮은 원료 가격으로 제품 가격 경쟁력을 높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현대오일뱅크도 원유 수급처 구성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가 생겼다. 현대오일뱅크는 타정유사들이 최근에서야 시도하는 원유 다변화를 3~4년 전부터 실시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에콰도르, 페루 등 제 3국의 원유 샘플을 구해 별도 테스트 후 원유들을 매입해왔다. 하지만 유가 변동성이 커지게 되면 유종에 따라 가격 역전이 일어 날 가능성도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급락하면 정유 업체들은 정제 마진 축소, 재고 평가 손실 등 어려움이 있다”며 “유가 상황에 따라 원유 매입 전략을 달리할 필요가 있어 유가 향방을 주시하는 중”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