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어 서민 부담만 갈수록 커져

한강 이남 4구에서 재건축 바람으로 인해 전세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 송파구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고액의 아파트 매매가와 전·월세가가 적혀 있다. / 사진=뉴스1

 

김성현(가명·56·남)씨 가족은 10년 넘게 살던 서울 강동구 암사동 아파트를 떠나 두 달 전 서울 중랑구의 빌라로 이사했다. 몇년 새 바짝 오른 전세가격을 부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김씨는 1억5000만원 전셋집에 살다가 최근 전세금 5000만원을 올려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대출 받으려고 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월 50만원 반전세로 돌려 몇 달을 살았지만 오래 버티지 못했다. 내지 못한 월세를 전세금에서 공제한 뒤 결국 이사를 선택했다.


"그나마 예전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낮게 해 준 편이었다. 최근 주변 시세가 오르다 보니 한 번에 5000만원을 올려 달라고 하더라. 그만한 목돈 마련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지역 전세가격은 3~4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해 올해 최고조에 이르렀다. 고덕주공아파트 재건축이 시작됐고 둔촌주공아파트도 곧 재건축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지당 몇천 세대 넘는 아파트를 재건축하면서 대규모 이주가 시작된 탓에 주변 지역까지 도미노처럼 전세난에 시달리게 됐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세 시세는 작년 12월 1㎡당 345만원이다가 올해 12월에는 413만원까지 올랐다. 19%넘는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평균 상승률은 13%다. KB국민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11월 강동구 전세가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9.99%나 올랐다. 전세 공급이 부족한 영등포구(10.71%)를 제외하면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강동 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재건축발 전세난이 계속될 거라고 내다봤다. 재건축이 예정된 고덕주공 3단지 인근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는 안태수씨는 "고덕주공 7차까지 재건축이 예정돼 있어 2018년까지는 전세가 떨어지지는 않을 듯하다"고 말했다. 재건축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암사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이경식씨도 "매매가율이 70~80%이고 심하면 95%까지 육박한다"며 "내년 12월 고덕시영아파트(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입주가 시작되고 물량이 풀리기 전까지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덕동에서 중개소를 운영하다가 암사동으로 옮겨 왔다는 한 공인중개사는 "내년 12월쯤 완공될 고덕시영으로 입주할 사람들이 현재 고덕주공에 많이 산다"며 "고덕주공이 당장 재건축을 시작하면 입주 시기가 맞지 않아 문제인 상황"이라고 했다. 고덕주공 시세인 1억5000만원 정도로는 강동구에서 살 곳이 마땅치 않다. 그는 "결국 경기도 외곽이나 빌라로 많이 나가는데 출퇴근에 영향을 받는 건 물론이고 자녀가 있는 집은 학교 등학교 문제가 골치 아파진다"고 했다.

재건축이 몰리는 탓에 서울시가 고덕주공 3단지의 이주 시기를 2개월 늦췄지만 이것도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씨는 "재건축 시기를 몇 개월 정도 조정한다고 해서 사실 큰 의미는 없다"며 "재건축 계획부터 완공까지 4년 이상이 걸리고 몇천 세대가 이주하는 만큼 정부에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조정했으면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서울시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이에 관해 "재건축은 기본적으로 시장 수요에 따르기 때문에 시에서 조정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전세 수요 예측 실패라고도 볼 수는 있겠지만, 재건축이 끝나 물량이 다시 생기면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기에 예측을 한다 해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재건축 조합의 인식 변화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이동하면서 이제는 재건축 대상자들도 입주 전까지 추가 비용 없이 전세로만 살기는 어렵다"며 "재건축 조합도 부동산 관련 전문 지식을 갖고 입주 전까지의 거주 비용을 잘 계산해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혜린 기자 rin@sisabiz.com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