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초기부터 전지 개발 맡아···앞으로 역할 커질 듯

 

배터리 개발 분야에서 새로운 맞수가 탄생했다.

김명환 LG화학 배터리연구소장과 김유미 삼성SDI 소형전지사업부 개발실장이 2016년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나란히 사장과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사실상 두 회사의 배터리사업 명운을 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활약에 따라 박빙상황으로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LG와 삼성 배터리의 승패도 갈릴 전망이다.


◇ “LG화학 배터리의 처음과 끝”···김명환 LG화학 신임 사장

LG화학이 배터리 부문에서 상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네비건트리서치가 7일 발간한 자동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LG화학이 종합 1위를 차지했다. 네비건트는 LG화학 배터리에 대해 안전성과 비용 효율성이 높다며 극찬했다.

이러한 격찬이 있기까지에는 김명환 신임 사장 존재감을 빼놓을 수 없다. 김 사장은 LG화학 전지사업 초기부터 배터리(Battery) 연구를 총괄했다. 김 사장은 애크런대학교(University of Akron) 고분자공학 박사를 수료하고 1997년 LG화학에 배터리연구소 소장으로 입사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이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지지가 있었다. 구 회장은 1992년 유럽 출장 중 2차 전지를 처음 접했다. LG화학은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리튬이온 전지가 미래 먹거리가 될 거라며 승부를 걸었다. 하지만 실패 연속이었다. 2005년에는 2000억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다. 구 회장은 그럼에도 김 사장을 믿고 성원했다.

그 결과 김 사장은 국내 최초 리튬 이온 전지 양산에 성공했다. 니켈수소 전지 중심었던 2차전지를 리튬이온 2차 전지 중심으로 이행시킨 것이었다. 이는 LG화학 전지부문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LG화학은 노트북 등에 쓰이는 소형전지부터 시장을 이끌기 시작했다.

이후 김 사장은 고용량 고효율 전지 개발 등에도 역량을 더해 GM, 포드, 폭스바겐,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프로젝트 수주 확대와 전력저장 전지 시장 선도에 기여했다. 특히 LG화학 자동차용 2차 전지 매출은 올해 6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전기차 성장세에 힘입어 매출이 1조2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 김유미 삼성SDI 신임 부사장

삼성SDI에는 김유미 신임 부사장이 있다. 삼성그룹 내에서 처음으로 개발 부문 여성 부사장이 됐다. 그만큼 그는 배터리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삼성SDI 내에선 김 부사장을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라고 부를 정도다.

김 부사장이 배터리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82년이다.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한 김부사장은 1982년 대학원 2년차에 대덕연구단지 화학연구소 공채로 입사했다. 화학연구소에서 전지 소재를 연구하던 김부사장은 1983년 표준연구소 전기화학실로 직장을 옮겼다.

삼성은 1996년 2차 전지 사업을 추진하면서 김부사장을 핵심인력으로 영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2차 전지는 일본이 주도했다. 상품성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2차 전지를 만들기에도 기술력이 부족했다.

김 부사장은 1998년 5월 입사 2년 만에 당시 세계 최고용량인 1650mAh를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업계에선1400mAh 제품이 주류인 상황이었다. 이후 삼성SDI가 개발한 2차 전지 가운데 김 부사장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원통형 전지부터, 각형, 폴리머까지 김부사장은 삼성SDI 전지 개발의 살아 있는 역사로 불린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는 전기자전거 분야, 전동공구 분야 등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도 아우디, 포르쉐, BMW 등에 배터리를 납품하며 세계 유수 배터리 업체들과 호각을 이루고 있다.


◇배터리에 미래를 건 LG화학과 삼성SDI···두 개발 중역 손에 회사 미래 달려

승진과 함께 이들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LG화학과 삼성SDI는 배터리에 회사 미래를 걸고 있다.

삼성SDI는 10월 롯데그룹에 케미칼 부문과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넘겼다.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LG화학 역시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해 폴란드 등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이들 대결은 앞으로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2차 전지 시장은 올해 212억달러(약 24조5000억원)에서 2020년 630억달러(약 73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시장을 두고 벌이는 싸움은 이제 막 시작 됐다. 이 시장을 얻기 위해서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 증대, 중대형 배터리 안정성 제고, 고효율 초박형 배터리 개발, 무선충전과 급속 충전, 저가 소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이 필요하다”며 “이번에 중용된 개발 임원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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